수도권 배달 대행업체 여러 곳이 기사를 상대로 ‘갑질 계약서’를 쓰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22일 “서울·경기에서 50명 이상의 배달 기사를 둔 대행업체 163곳을 선정해 국토교통부·서울시·경기도 등과 함께 계약서를 점검한 결과 ▲배달료 미기재 ▲일방적 수수료 변경 ▲불합리한 배상 책임 규정 등 문제 조항이 다수 발견돼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서 점검으로 영향을 받는 배달 기사 수는 1만2000명에 이른다.
이들 업체 계약서 대부분에는 배달 기사의 배달료가 기재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기본 배달료를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고, 상황에 따라 추가 금액을 지급할 수 있게 했다.
일부 계약서는 배달 기사에게 지급하는 건당 수수료를 ‘100~500원’ 등 범위로 정하고, 변동 사유는 적지 않았다. 공정위는 건당 수수료(율)를 명확히 정하고, 변동이 생기는 사유와 그 금액을 명시하도록 했다.
계약서 다수는 사고 발생 시 귀책 사유가 어디에 있든 배달 대행업체의 책임을 완전히 면하는 규정을 뒀다. 공정위는 사고가 업체 때문에 난 경우 책임을 지도록 개정했다.
이 밖에 ▲경업 금지 의무 ▲배달 기사의 멀티호밍(Multihoming·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차단 ▲일방적 해지 등 문제 조항도 발견됐다.
공정위는 경업 금지 의무는 계약이 존속되는 기간에만 유지되도록 하고, 멀티호밍이 가능하도록 고쳤다. 배달 기사의 면허 취소 등 ‘목적 달성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만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 대상 배달 대행업체 136곳 중 111곳(68.1%)은 공정위가 만든 표준 계약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13곳(8.0%)은 자사 계약서를 자율적으로 시정한다. 22곳(13.5%)는 폐업·주소지 불명 등으로 개선 대상에서 제외했다.
나머지 17곳(10.4%)은 표준 계약서 채택도, 자율 시정도 거부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불공정 행위를 저지르지 말라”고 당부하고, 신고가 접수되면 더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공정위는 “표준 계약서를 채택하거나, 계약서를 자율 시정하기로 한 배달 대행업체는 연내 이를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향후 이들이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는 서울시·경기도가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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