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5월 경기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의 견주로 특정된 60대 남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남양주 살인견’ 사건이 미궁 속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영장기각 사유로 볼 때 경찰이 동일한 개라고 판단한 입양견과 사고견의 사진 비교자료를 법원이 주요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28일 법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전날 과실치사와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60대 A씨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기각사유는 도주 또는 증거인멸 우려 없음이 아닌 ‘범죄혐의 소명 부족’이었다.
그동안 A씨가 사고견의 견주임을 입증하는데 자신감을 보여 왔던 경찰은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앞서 경찰은 영장을 신청하면서 지난해 5월 개를 입양한 뒤 한 달 만에 A씨에게 넘긴 B씨가 제공한 대화 녹취기록과 블랙박스 교체 권유 진술, 블랙박스 교체 확인서류까지 첨부했다.
그러나 정작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후 B씨에게 입양된 개와 사고견이 동일한 개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이번 사건 해결에 사용한 입증 방법은 가+나=다 구조다. 두 개의 비교사진(가)에 최초 입양자의 진술(나)이 더해져 사진의 부족한 증거능력을 보완하는 동시에 사고견의 견주가 입증되는 방식이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동일한 개라는 전문가 소견이 나온 사진 비교자료가 간접 증거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코털이 난 위치나 개수, 모양까지 동일한 개가 나타나기는 힘들다고 봤다.
게다가 견주가 아닌 이상 오가지 않았을 A씨와 B씨의 대화가 부족한 직접 증거를 보완해주고 있어 혐의 입증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개들을 비교한 사진(가)과 최초 입양자 B씨의 진술(나)을 개별적인 각각의 증거로 판단했다.
이렇게 되면 두 개가 동일한 개라는 판단은 그저 전문가 소견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A씨에게 개를 건네줬다는 B씨의 진술과 녹취 역시 의미가 없어진다.
법원의 지적대로 동일한 개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B씨에게 입양됐던 개를 찾아야 하는데 B씨가 A씨에게 개를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해결이 불가능한 점도 문제다. 
일단 경찰은 법원의 지적대로 보강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나 사고 직후 포획돼 언제든 법의학적 분석이 가능한 사고견과 달리 지난해 B씨에게 입양된 개는 사진 외에 별다른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쉽지 않은 수사가 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영장 재신청 여부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일단 보강수사를 진행하면서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라며 “쉽지 않은 여건에서 동일견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생각했는데 영장이 기각돼 당황스럽기는 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22일 오후 3시25분께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 야산 입구에서 50대 여성을 습격해 숨지게 한 대형견은 사설보호소에 격리돼 있으며, 사건이 종결되는 대로 공격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기질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남양주 = 조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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