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대포폰을 공급하다가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을 결성해 수십억 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 및 사기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A씨 등 32명을 검거하고 이 중 10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나머지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중국 청도에 콜센터를 설치한 뒤 해외에서 국내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통장이 범죄 연루됐다’,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 등 명목으로 189명을 속여 32억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대부분 같은 지역 내 선·후배 사이로 지내면서 대포폰을 공급하거나 전화번호 변작중계소를 관리하던 중 직접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하기로 공모하고, 조직을 결성 후 중국으로 건너가 콜센터를 설치·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작중계소는 인터넷 전화나 해외 전화번호인 ‘070’ 등을 ‘010’로 바꿔서 발신하는 중계기로 일명 ‘심박스’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국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루 평균 300회 이상 무작위로 전화해 수사기관 등을 사칭해 돈을 뜯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각자 역할을 분담해 국내 관리책 및 조직원은 범행에 사용하는 ‘070’ 대포전화를 중국 콜센터로 공급하고, 국내 모텔 등지에서 전화번호 변작중계소를 운영·관리했다고 경찰을 설명했다.
대포통장 등 범죄수익금 관리 조직원은 총책 지시를 받아 수익금을 조직원들에게 배분하는 등 체계적인 조직 운영을 이어왔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 악화와 대포전화 조달이 어려워지자 범행을 잠시 중단하고 조직원들이 국내에 입국해 은신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해당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범행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범행 시 사용한 대포전화 통신추적, 범죄수익금 거래 대포통장 금융거래추적, 콜센터 조직원들이 사칭한 가명 등에 대한 수사자료를 수집한 뒤 분석해 피해자 189명과 피해금 32억원 상당을 특정했다.
이어 국내 각지에 흩어져 숨어있던 총책, 콜센터 조직원, 대포전화·중계기 관리책 등 범행 가담 조직원 등 피의자 32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해외로 도주한 조직원 4명에 대해선 국제공조수사 등을 통해 뒤를 쫓는 한편 은닉재산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전화금융사기 하부 조직원부터 총책까지 조직의 전모를 밝혀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며 “국내·외 활동 중인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 반드시 검거돼 엄벌된다는 경각심을 갖도록 달아난 조직원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황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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