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단향<br>​​​​​​​경북 군위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집『고욤나무』상록마녀, 상록객잔, 디지북스 작은시집 선택을 냈고 201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였다. 2017년 12월 <우리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단향<br>경북 군위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집『고욤나무』상록마녀, 상록객잔, 디지북스 작은시집 선택을 냈고 201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였다. 2017년 12월 <우리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열난다 
열기구가 열을 낸다
열기구가 내 안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몸이 땀으로 범벅되어도 바람 한 점 오지 않는다
짙은 그늘 속마저 캡슐처럼 팽창된 열기로 더욱 후끈거린다
    
열이 열기구를 데우고 있다 
    
사방이 꽉 막힌 밀실에서  
표정 없는 얼굴들이 열에 익고 있다
익어가는 몸뚱이들을 익히기 위해, 달아오른 열 앞에서 비곗덩어리 몸이 땀으로 헤엄치고 있다 
제 할일은 그것뿐이라는 듯 
    
냉기구가 열을 견디지 못해 들썩거린다
    
냉방병에 걸려 입원해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땀이 말라 있는 거냐고 묻고 싶은데 
    
천직이 몸을 굴려야 먹고사는 사람들은 
흠씬 땀을 흘리고 나야 시원함을 느낀단다
강바람과 산바람이 몸 안에서 불어온다고 한다
    
나무 잎사귀 햇빛에 데어 질식한 한나절
부풀어 오르는 물집을 긁적거린다
숨 쉬는 가슴들엔 불덩어리 하나씩 타오르고 있다
    
태양의 불씨를 앙다물고 퀴퀴한 짐더미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는  
열을 삭히고 있는 중일까  
    
열기구는 열을 내기 위해 있으므로
    
들끓는 열기구에 밀알도 익을 수 있다면 
열은 열끼리 통하겠다 
    
열기구가 나를 품고 있다
열기구가 열을 낸다 
    
나 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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