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집『고욤나무』상록마녀, 상록객잔, 디지북스 작은시집 선택을 냈고 201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였다. 2017년 12월 ＜우리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나는 친근하고 싸아한 향
코를 간질이며 가슴이 애렸어
양지바른 담벼락에 앉아 박하향 킁킁킁
어떤 계절이 숨어 있는지 도무지 계절을 눈치 채지 못했어
거대한 태풍 거대한 폭우
가뭄 혹한 계절이 휘몰아 주는 역사
길이 턱턱 끊기는 생몰의 역사
외진 숲길 햇빛에 가려진 채
배배 꼬인 잎의 향기를 머리에 꽂고
거리를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
미미하게 꼼지락거리는 나
들판에 홀로 선 길 찾을 수 없는 두려움으로
고개 숙이고 두 손 모았지
눈자위가 젖어 부풀어 올랐지
먼 하늘에서 종소리 가슴을 울리는 것 같았지
그러나 방언과 은혜의 주기도문 더 이상 들리지 않았어
꽃비가 내리고
내공의 손바닥 위에 앉아도
비워야 채워진다는 설법은 도대체 와 닿지를 않는데
마당 귀퉁이 나른한 한낮의 프리즘을 펼치며
작두날을 세우고 소지를 띄우는 일 그것도
별에게 오색 날개 붙여 보려는 기원의 한 형식일 터
박하향처럼 콧잔등이 찡하도록 성심으로
두 손 모아 오늘을 솟구치고 싶었던 정수리에
찬 밤안개만 애살스럽게 몰려와 앉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