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가 완료되면서 20년에 걸친 아프간 전쟁이 종료됐다. 철수 막바지 아프간에 거주하던 미국인 등 외국인들과 외국에 협력했던 아프간인들의 대피가 극심한 혼란을 빚고 자살폭탄테러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 세계의 경찰국가로서 미국이 휘두른 절대적 영향력이 지금은 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그래도 미국은 이러한 비난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찬사도 받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비난 속에서도 찬사를 받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언론사 특파원으로, 또 국제정치학자로서 미국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생활했던 저자는 미국민들과의 만남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고 토로한다.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만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13곳의 미 전 대통령 도서관들과 대통령 도서관제가 구축되기 전 세워진 대통령 기념관, 그리고 대통령 유적지들을 찾아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 미국 민주주의의 실마리가 된 미국의 대통령 문화를 일군 전 미 대통령들의 흔적을 찾았다. 그는 대통령 도서관들이 시대사자료관과 역사전시관의 역할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 대한 교육센터 및 국민들과의 소통공간의 역할도 한다고 말한다. 국민들의 애국심을 결집시키는, 자유와 평등에 대한 대통령들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세계 최고라는 미국의 민주주의 건설의 원돌력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독재와 부패 혼돈으로 점철된 우리의 현대사, 그리고 북한의 끊임없는 남침 위협 속에서 민주주의는 신기루 같은 개념이다. 저자가 대학 강의 중 학생들에게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말해보라고 하니 한결같이 독재, 부정축재, 탄핵, 쿠데타, 투옥 같은 부정적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같은 질문에 대한 미국 학생들의 대답은 명예, 존경, 사랑, 헌신, 용기 등 긍정적인 것들이었고 이러한 대통령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한국과 미국의 민주주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 한국도 이제 올바른 대통령 문화를 바로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문화와 민주주의-미국 13개 대통령도서관을 찾아서’ 라윤도 지음. 도서출판 좋은땅.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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