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하 세이프투데이 논설위원
서석하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외국 출장에서 돌아온 큰사위가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인사드리러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외식을 하기도 어려워, 저녁식사를 겸한 가족모임을 갖기로 하고, 집으로 불렀다.
퇴근과 함께 손자를 포함한 큰 아이네 가족이 오자, 조용하기만 하던 집안이 제법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긴다.
출장기간동안 큰딸과 손자를 잘 살펴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제법 부피가 있어 보이는 상자하나를 선물로 건네준다.  
출장에서 돌아오면 늘 우리내외의 선물을 챙겼었던 터라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서 포장을 풀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물건이 적잖이 당황스럽게 한다.
“아버님! 놀라셨죠?”
선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가정용 소화기세트다.
특이한 것은 안전핀이나 노즐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집에 소화기 있는데…!”
“소화기 있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문제는 정말 불이 났을 때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화재진압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해서 사용하기 편하고 효과 확실한 제품으로 사왔습니다”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나를 살피는 가 싶더니 소화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일반 소화기는 사용법을 알고 있더라도 수년간 전혀 사용해볼 기회가 없거나, 오래되어 분말이 굳어 못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사온 액체 스프레이형 소화기는, 사용방법이 간단해서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재가 나서도 안되겠지만, 유비무환이라고 만에 하나 닥칠지 모를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이런 거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이건 에프킬라 사용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쓸 수 있습니다”
“제가 출장으로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 우리 예준이와 예준이 엄마 잘 지켜주시는데, 저는 이렇게밖에 아버님, 어머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선물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씀씀이가 얼마나 대견스럽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불행한 일들은 언제나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불행을 맞이해선 안 된다.
나와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준비는 좀 과하다 싶어도 괜찮지 않을까!
“두개니까 하나는 차에 두고 써야겠다”
“네,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저도 집에 하나있고 차량용으로 하나 더 있습니다”
가정용 소화기 하나만 있어도 든든해짐이 느껴진다.
“네가 이제 우리가족 지켜주는 작은 소방관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잡아주며 소화기에게 첫 인사를 건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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