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배

이오장

항해일지 싣고 누워버린 배
썰물 소리 귀로 듣고
밀물 소리 몸으로 듣는다
잠진도 허리께 잘려나가고
콘크리트에 덮여 길이 서던 날
갯고랑에 던져버린 깃발
잠들 때를 기다리다
노두길 밑바위에 누웠다
뭍으로 걷지 못하고
물 위로 뜨지 못하는 배
조타실 지붕에 앉아 재촉하는
갈매기 주둥이에 붙은 물때 시간표
사렴도 바라보며 비껴내고
불 꺼진 팔미도 비탈에
깨진 꿈 거꾸로 심는 빈 배
잊혀진 용유도 전설
영종도에 붙여 비행기에 싣는다

이오장 시인 약력
- 한국문인협회 이사
-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 부천문인회 명예회장
- 제5회 전영택문학상, 제36회 시문학상 수상
- 시 집: 『왕릉』『고라실의 안과 밖』『천관녀의 달』『99인의 자화상』등 16권
- 동시집: 『서쪽에서 해뜬 날』 『하얀 꽃바람』

 

부천=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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