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리필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지난해 처음으로 화장품 리필 매장이 등장했지만, 예상치 못한 규제로 한계에 부딪혔다. 현행법상 화장품 리필 매장에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를 둬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샌드박스 제도로 조제관리사 없어도 설치가 가능해져 화장품 리필매장 확대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는 지난 15일 산업통장자원부와 함께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제관리사 없는 화장품 리필 판매장 제안 등 총 15개 안건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알맹상점, 이니스프리 총 2개사가 신청한 조제관리사 없는 화장품 리필 판매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아로마티카는 지난해 6월 뷰티업계 최초로 알맹상점과 손잡고 리필스테이션을 도입했다. 이후 신사동 본사에서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시픽은 그해 10월  아모레스토어 광교 매장에 리필 스테이션을 열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5월 이마트 죽전점에서 ‘빌려쓰는지구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였고, 두 달 뒤인 7월 ‘엘 헤리티지 1947’ 가로수길점도 열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도 리필 매장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영국 브랜드 더 바디샵은 올해까지 세계 500개 매장에 리필스테이션을 열 계획이다. 매장 내 재활용 프로그램 ‘리턴, 리사이클 앤 리프트’를 14개 시장의 800개 매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프랑스 브랜드 록시땅은 27개국에서 리필스테이션 60개를 구축할 예정이다. 리필 가능한 제품은 총 5개다. 아몬드 샤워 오일, 클레식 버베나 샤워젤, 시어버베나 액체 비누, 인텐시브 리페어 샴푸, 인텐시브 리페어 컨시녀서 등이다. 소비자가 빈 병을 가져오거나 록시땅 영구 알루미늄 병(250·500㎖)을 구매, 원래 포장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평균 40g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리필 매장이 확대되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배달문화 확산 등으로 일회용품 소비가 급증, 플라스틱 쓰레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환경보호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화장품 포장재는 연간 약 6만t 이상 발생하는데, 이중 90% 가량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예쁜 쓰레기’로 불렸다. 소비자들은 리필 매장 이용 시 원하는 만큼 화장품, 샴푸, 보디워시 등 생활용품을 리필할 수 있다. 화장품 용기 재활용, 포장재 사용 저감 등을 통해 친환경 소비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리필 매장에 제조관리사가 상주해야 해 운영 시간을 늘리거나, 매장을 확대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샌드박스 승인으로 리필 문화가 확산해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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