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단향<br>​​​​​​​경북 군위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집『고욤나무』상록마녀, 상록객잔, 디지북스 작은시집 선택을 냈고 201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였다. 2017년 12월 <우리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단향<br>경북 군위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집『고욤나무』상록마녀, 상록객잔, 디지북스 작은시집 선택을 냈고 201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였다. 2017년 12월 <우리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팔월, 비 젖은 샐비어의 꽃입술이 싱그럽다

팔월 늦은 비의 말을 귀담아 듣는 꽃잎

넘치는 붉은빛 옆으로

말귀 어두운 하릅강아지 한 마리

빗속을 쫄랑거린다

빗물의 무게에 고개 숙인 꽃잎

쪼르르 횡단보도를 지르는 강아지

젖은 어깨 흠칫

카페 창가에 앉은 그녀

거울을 꺼내 얼굴을 토닥인다

비는 맨발로 횡단보도를 계속 건너오고

신호등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그녀

커피 잔 든 손이 앙상한 꽃대 같다

너도밤나무 숲을 헤매던 바람은

어디쯤 오고 있는 것일까

흐느끼는 듯 바뀌는 카페의 선율

팔월의 햇살이 층층이 쌓이면

그녀의 가슴에 다시 피어날지도 모를 샐비어

미터기처럼 쌓여가는 붉은 시간을 재며

손가락 꺾기 다시 풀었다 꺾기를 하는 그녀

샐비어 꽃잎 속 벌의 일침

밤사이 간직해 둔 꽃잎의 단맛

단맛이 든 몸을 꼬을 즈음

초록 신호 켜졌는데 비만 우르르르

늦장마처럼 늦게라도 오지 않고

너도밤나무 숲같이 헤매던 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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