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기자 / 한국, 중국, 일본의 대목장(大木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원화성박물관이 일본 타케나카도구박물관과 함께 기획한 ‘일·중·한 동량(日·中·韓 棟梁)의 기술과 정신’학술대회에 한국, 중국, 일본의 대목장들이 참가해 각 나라의 전통건축 기술과 장인 정신에 대해 토론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 2012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린 ‘한중일 전통목조건축 대목장의 세계’특별기획전과 학술대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만난 후 2년만이다.

지난달 29일 일본 효고현립미술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한국의 신응수 대목장은 ‘대목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좋은 자재를 선택해 훌륭한 건축물을 짓겠다는 대목장의 의지와 이를 계승할 제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리용거(李永革) 대목장은 “각 시대별 건축적 특징을 연구해 그 방식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답했으며 일본 오가와 미츠오(小川三夫) 대목장은 “안정감 있는 처마선을 유지해 건물 안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학술대회 이후 각국의 대목장들은 일본의 건축물과 건축현장을 찾았다. 지난 1일 일본 대목장인 오가와 미츠오의 안내로 나라지역의 고대사찰 답사가 이뤄졌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법륭사, 약사사, 동대사를 차례로 둘러보며, 신응수 대목장은 수리기술자인 30여 명의 제자들에게 직접 한국과 일본 건축의 차이를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건물인 법륭사는 히노끼(편백나무)로 지어졌다. 기둥은 수령 1000년 이상 된 히노끼로 만들어졌으며 건축 이후 13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 
 

마지막 날은 교토에 위치한 정토종의 총 본산인 치오인(知恩院) 사찰의 본당(本堂) 수리현장을 방문했다. 서까래 대신 지붕의 하중을 기둥에 전달하는 하네기(桔木)라고 하는 별도의 부재는 일본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보여줬다. 또 지난 1633년 창건 당시 지붕 기와에 흙을 넣어 고정했던 것을 100년 전 수리 시 흙을 제거해 지붕무게를 줄인 점은 대목장들의 이목을 끌었다.
 

현재 자금성의 건축물을 전담 수리하는 리용거 대목장은 “다음 만남의 장소는 중국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자금성의 여덟 가지 부문의 장인이 함께 참여하는 학술대회 개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수원화성박물관 관계자는 “지난 2012년 한국에서 시작된 한중일 대목장의 소중한 인연이 일본과 중국을 거쳐 심화 발전된다면 우리 역사상 큰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오는 2016년 중국에서의 만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만남을 계기로 수원화성박물관과 일본 타케나카도구박물관은 향후 지속적인 전시와 자료교류를 이어가기로 협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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