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립 기자 / 올해 들어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가운데 보험료 인상과 위험 고객의 가입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만 커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은 83.1%로 1년 전(84.6%)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둔 보험료에서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수치가 낮을수록 보험사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지게 된다.

여기에 광고·영업·인건비 등 사업비를 더한 합산비율도 작년 말 98.6%에서 올해 상반기 말 95.5%로 하락했다. 합산비율이 100%를 넘지 않았다는 것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가 보험금과 사업비로 나간 돈보다 많았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의 손해율 개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보험료 인상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상품개발에 대한 사전신고를 사후보고로 전환하고 가격과 수수료 결정 등에 대한 감독당국의 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한 직후다.

특히 손보사는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며, 자동차 보험료를 일제히 올렸다.

악사손보가 지난해 7월 손보사 중 처음으로 평균 개인·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각각 5.4%, 4.5% 인상한 이후 메리츠 한화, 롯데 흥국, 현대, kb 동부, 삼성이 연이어 보험료 인상에 가세했다.

손해보험협회 공시를 보면 메리츠와 한화는 지난해 11월 개인용과 업무용의 보험료를 각각 2.9%, 8.8%, 4.8% 3.9% 인상했다.

현대는 지난 1월에 개인용 차량만 2.8% 올리고 kb는 3월에 개인용은 3.5% 업무용은 3.2% 인상했다.

동부와 삼성은 지난 4월 개인용은 3.2%, 2.5% 업무용은 3.4%, 8.8% 올렸다.

보험업계에서는 다시 한 번 악사손보를 시작으로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악사손보는 지난달 29일 개인·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각각 0.5%, 4.7% 인상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를 넘는 소형사가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1년 만에 20% 가까이 보험료가 올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실손보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손보사를 포함한 24개 보험사의 실손보험료는 지난해보다 평균 18%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만 보면 흥국화재의 증가율은 47.9%(여성기준)로 50%에 육박했고 현대해상도 28.9%에 달했다.

보험사는 손해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지만 그렇다고 손해율이 낮은 상품의 보험료를 인하하는 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어 암보험 손해율은 지난 2010년 87.8%에서 지난해 78.7%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지만 보험료는 요지부동이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가입 거부도 문제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13년 4만7000건이던 공동인수 건수는 지난해 25만3000건으로 늘었다.

이 중 개인용 보험의 공동인수 건수는 같은 기간 1만7000건에서 13만건으로 2년 새 7배 이상 급증했다.

보험사들은 사고위험률이 높다고 판단되면 보험가입(단독 인수)을 거절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손해보험사들이 맺은 협정에 따라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을 공동으로 인수해 위험을 나누게 된다.

공동인수로 처리되면 일반 가입 때와 달리 기본보험료가 50% 이상 할증되며, 경우에 따라 전체 보험료가 2∼3배로 치솟는다. 지난해 단독인수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는 52만원이었지만 공동인수 물건은 평균 147만원이었다.

금감원이 접수한 자동차보험 민원 중 ‘계약의 성립 및 해지’와 관련한 민원 건수는 지난 2013년 260건에서 2014년 394건, 2015년 796건으로 2년 새 3배 늘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사들은 손해가 막심하다고 항변하지만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며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상과 가입 제한으로 이익만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험사의 투자수익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인해 발생하는데도 현재의 회계시스템은 투자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해도 보험료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보험종목별로 구분계리제도를 도입해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적정보험료가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분계리는 보험상품별로 손익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회계제도로 상품별로 납입보험료, 지급금, 사업비, 자산운용수익 등을 별도로 구분해 계리하는 것이다. 생명보험사의 유·무배당상품과 연금저축 등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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