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립 기자 / 올해 11월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팔아치운 주식 규모가 1조6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 우려로 인한 환율 불안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1월 들어 지난 14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606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 연속 순매수 기조를 보였다. 월별 기준으로 10개월만에 이탈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11월 들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5469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이어 한국전력(-1906억원), KODEX200(-1381억원), SK하이닉스(-1240억원), KB금융(-1136억원), TIGER200(-107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기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시기인 10월 말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13일부터 24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나타내다 지난달 25일부터 순매도로 전환했다. 

지난달 24일 최순실 태블릿PC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 본격적으로 국정 혼란이 불거지자 외국인 순매수가 서서히 시작했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요구 목소리가 거세지는 등 국정 혼란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데다 대기업 총수들이 최순실 게이트로 잇따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 9일 예상치 못한 트럼프 당선 이후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우려로 신흥국 시장의 환율 불안이 야기됐고 ‘트럼프 쇼크’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하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 9일 14.5원 급등해 1140원대에 진입한 이후 나흘연속 상승하며, 1171.9원까지 오른 상태다. 

유진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미국 우선 주의에 대한 우려로 신흥국 증시와 통화가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국내증시는 물론 신흥국 증시 전반에 걸쳐 외국인 순매도가
급증한 이유는 미국 통상정책에 대한 우려와 신흥국 환율 불안 심화가 겹쳐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IG투자증권 지기호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6000억원을 순매수한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추가 매수 여력이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매도 물량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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