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기자 / 전통 무용이 현대적 안무와 음악을, 전통 음악이 현대 무용을 만나는 특별한 공연이 펼쳐진다.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과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은 오는 25일과 26일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동 제작한 ‘춤의 연대기’를 공연한다. 

전통 무용 ‘강강술래’를 소재로 현대적 안무와 음악을 곁들인 안애순 안무의 ‘강가앙수울래애’와 가야금 등 전통 음악에 박순호의 안무가 더해진 ‘조절하다’의 첫 선을 나란히 선보인다. 

현재 선보이는 공연 예술이 전통에서 비롯해 새로운 역사로 누적되는 ‘연대기’로 인식해 이번 공연 제목을 ‘춤의 연대기’로 정했다. 

‘강가앙수울래애’는 그 동안 전통 놀이와 춤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더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한 안애순이 ‘강강술래’에 내재된 다양한 춤의 요소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우리 몸이 기억하는 춤과 그 춤을 기억하는 우리의 몸을 발굴한다.

특히 강강술래 춤의 이미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원’(circle) 형태를 주요 모티프로 사용했다. 원의 내부와 외부가 서로 횡단하며 그려지는 춤사위를 통해 과거를 현재에 호출해 한 공간에서 순환하는 이미지를 포착한다. 

전통 무용을 선보였던 국립국악원 무용단 20여 명이 안애순의 현대 무용안무를 소화한다. 음악은 전위적인 현대음악 작곡으로 호평을 받은 김기영 작곡가가 오르골을 활용한다. 

‘조절하다’는 국악의 현악기 연주법 중의 하나인 ‘농현’(弄絃·현악기 연주에서 왼손으로 줄을 짚어 원래의 음 이외의 여러 가지 장식음을 내는 기법)을 이번 작품의 주요한 움직임으로 해석해 선보인다.

활과 활쏘기라는 움직임을 통해 지난 2014년 ‘유도’와 ‘활’ 등의 작품을 선보였던 박순호 안무가는 스포츠에 내재된 몸의 움직임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던져왔다. 이번 작품 역시 전작의 주제 의식을 발전시켜 개개인의 몸을 ‘활’로 설정, ‘농현’이라는 요소를 더해 변화를 더했다.

현을 누르고 튕기고 뜯고 문지르는 순간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연주자의 움직임 역시 무용수의 움직임과 함께 어울리며, 무대 위의 소리와 움직임을 서로 조절할 예정이다. 가야금의 박경소와 타악의 신원영을 비롯해 국립국악원의 김영길(아쟁), 이재하(거문고), 이오훈(대금) 등이 함께 한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국립현대무용단과 함께하는 현대적 안무와 전통 춤사위, 변용된 국악의 선율 역시 우리 스스로의 ‘연대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두 기관의 의미 있는 만남을 통해 이 시대의 새로운 공연 예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애순은 “이미 전통 안에는 지금의 삶이 들어있고 나아가 미래의 모습까지도 예측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춤이라는 것은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지만 몸이 기억하고 축적된 것을 발굴해낸 것이 이번 작업의 의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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