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문제로 촉발된 대한항공 ‘램프리턴’사건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구속으로 사실상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은 부하직원에 대한 재벌 3세의 ‘수퍼갑질’에 국민적 공분이 들끓었고 결국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린 여론이 조 부사장의 구속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한진그룹 전체에게도 치명타를 안기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와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법 김병찬 영장전담판사는 “이 사건 사안이 중하고 사건 초기부터 혐의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상기 교수는 “단순히 기내에서 소란을 피운 것을 넘어 조 전 부사장이 기소된 혐의 내용(항공기항로변경죄 등)은 상당히 중대한 범죄로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며 “그 사실관계를 조작하려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증거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사회적 영향력이 커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고 조 전 부사장이 초범이지만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이미 우세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상당한 증거가 확보된 상황에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될 사안까진 아니라는 분석도 있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의 행위 자체가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서 구속영장 발부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악화될대로 악화된 여론도 무시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임을 감안했을 경우 영장을 기각했다면 여론의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최진녕 대변인은 “워낙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사안이라 법원이 전체적인 비난 여론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현미 교수는 “어떻게 보면 구속될 사안이 아닐 수 있음에도 구속된 것은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라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면 여론의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민들이 이 사건으로 많이 분개했지만 법적인 판단은 여론에 좌지우지될 일이 아니다”며 “사회적 이슈를 떠나서 엄격하게 죄 자체만 놓고 본다면 3년 이하의 집행유예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증거인멸죄 및 강요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 여객실승무본부 여 모(57) 상무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여 상무은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땅콩 회항’사건 발생 직후 최초 상황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는 지시와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인물이다. 
 

특히 여 상무는 사무장이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을 당시 19분간 배석하는 등 조사 진행상황 및 결과 등을 조 전 부사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증거인멸 교사’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전 부사장이 구속됨에 따라 검찰은 증거인멸 지시 여부 등 관련 사건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KE086)에서 승무원이 견과류를 규정대로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 등 소란을 피우고 항공기를 되돌려(램프리턴) 사무장을 내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항공보안법 42조에 따르면 위계나 위력으로 운항중인 항공기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고 명시돼 있다.
 

항공보안법 46조(항공기안전운항 저해 폭행죄)를 위반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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