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립 기자 / 방위사업청이 법적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방산업체와 방산물자를 지정해 관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방사청은 방산업체의 설비투자비는 과도하게 보상해 주고 경쟁이 가능한 군수품도 독점적 납품이 가능한 방산물자 자격을 유지시켜 주면서 지난 5년동안만 64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5~7월 방사청과 각 군 본부,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33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6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독점 납품권 보장, 부가가치세 ‘영세율(0%)’적용, 원가 산정시 실비 보전 등의 혜택이 제공되는 방산물자 지정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관련 규정을 어기고 방산진흥국장이 마음대로 결정해 처리하도록 했다.
 

방산진흥국장이 결정권을 갖고 처리한 방산물자는 지난 2006년 방사청 개청 이후 오는 4월까지 지정된 449개 중 407개(90.6%)에 달했다.
 

그나마도 제대로 된 시장분석 없이 내부 의견수렴만으로 방산물자 지정여부를 결정하는 바람에 비슷한 기술이 적용됐는데도 지정 여부가 제각각이거나 담당자나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했다.
 

실제 K-1전차용 연료탱크의 경우 방산물자로 지정된 반면 유사기술이 적용된 K-9자주포용 연료탱크는 일반물자로 조달됐다. ‘위장망’과 ‘탄약적재장치’ 등의 품목은 당초 방산물자로 승인이 나지 않았다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각각 10개월, 5년4개월 뒤 방산물자로 지정됐다.
 

방사청은 또 시설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방산업체에 대해서는 지정을 취소해야 하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침투성보호복(장갑·덧신)’, ‘탄약적재장치’ 등 일부 방산물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경우 자체시설도 없이 하도급이나 외주로 납품하고 있는데도 방산업체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노력에도 소홀했다. 방사청이 방산물자 지정시 준수해야 할 국산화 기준도 마련해 놓지 않은 탓에 지난 2013년 체결된 방산물자 368건(5조8800여억원) 중 75건(7700여억원)은 수입부품 비중이 50%를 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산업체의 이익을 과도하게 보장해 준 사례도 적발됐다.
 

방사청은 방산업체가 방산설비에 투자한 비용을 시장이자율 등을 감안해 원가에 반영하는 방법으로 보상해 주고 있다. 
 

방사청이 IMF(국제통화기금)사태 당시인 지난 1997년 규정한 자기자본 보상률은 12%로 당시 13.39%에 달하던 높은 시중금리를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중금리는 이후 계속해서 하락해 지난해 3.19%까지 떨어졌는데도 방사청은 자기자본 보상률을 인하하기는 커녕 2006년 13%로 올린 후 현재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9~2013년 시중금리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전체 방산업체에게 2175억원을 과다하게 보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산업체가 수행하는 정비용역을 법적근거나 방위사업추진위의 심의도 없이 임의로 방산물자로 지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비용역은 방산물자 지정대상이 아닌데도 방사청이 관련 규정을 확대 해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정비용역에 값비싼 방산원가가 적용되면서 2년간 451억원이 낭비되고 일반업체의 정비용역 입찰참여 기회도 제한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방사청은 다수 업체에서 경쟁입찰이 가능한 품목까지 독점적 납품권을 보장해주는 방산물자로 유지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