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시즌에 돌입한 라이선스 뮤지컬 ‘아이다’(2017년 3월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는 새삼 수작임을 증명하고 있다. 

팝의 거장 엘턴 존과 뮤지컬 음악의 전설 팀 라이스가 호흡을 맞춰 지난 2000년 3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데 2016년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의 여운이 짙다. 

그동안 주로 사랑 이야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삼각 관계에 주목했다. 

이번 시즌에 새삼 눈길을 끄는 건 두 공주의 성장 서사다. 모험심 강한 아이다는 자신의 신분을 자각하기보다 자연을 벗 삼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이집트에서 핍박받는 누비아 백성들을 보면서 지도자로서 눈을 뜬다. 

암네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과 결혼에는 관심 없는 라다메스로 인해 애를 태웠다. 

하지만 그와 아이다가 사랑하는 사이임을 안 뒤 왕위 계승자로서 결단한다. 둘을 한 무덤에 가두라고 스스로 명령하면서 자신의 권위와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존중감을 표한다. 한 때 사랑했던 남자, 자신이 친구로 부른 다른 나라의 공주에 대한 예의였다. 자신의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가 노예들의 피땀 어린 것을 뒤늦게 자각하기도 한다. 

뮤지컬은 장르 특성상 플롯(plot)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는데 ‘아이다’는 그럼에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의 층위를 통해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했다. 

작품 자체의 매력은 물론 빼놓을 수 없다. 디즈니스런 색감의 화려한 무대도 탁월하지만 엘턴 존의 넘버가 발군이다. ‘킬링 넘버’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처럼 다양한 색깔의 넘버가 있는 팝 뮤지컬도 드물다. 

암네리스의 화려함과 요염함을 대변하는 ‘마이 스트롱기스트 수트’,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애가 ‘리튼 인 더 스타스(Written in the stars), 아이다가 지도자로서 자각하는 순간 넘버로 앙상블들과의 화음이 일품인 솔(Soul)풀한 ‘더 갓스 러브 누비아’ 등 명곡이 수두룩하다. 

윤공주와 연기력·장은아의 가창력으로 재탄생한 아이다, 뮤지컬계에서 미모로 빠지지 않는 아이비·이정화가 그린 암네리스를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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