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46)이 7번째 도전 만에 청룡(靑龍)을 품에 안았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의 이병헌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곡성’의 곽도원, ‘밀정’의 송강호, ‘아수라’의 정우성, ‘터널’의 하정우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병헌은 “25년 동안 배우 생활했는데,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싶다. ‘내부자들’을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를 촬영할 때는 이 영화가 너무 과장된 게 아닌가, 사회의 모습을 너무 극적으로 몰고가는 게 아닌지 걱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이 영화를 이기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다. 언젠가는 이 촛불이 희망의 촛불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이병헌은 지난 1991년 데뷔 이후 영화·TV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유독 청룡영화상과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01년 ‘번지점프를 하다’, 2002년 ‘중독’, 2005년 ‘달콤한 인생’,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10년 ‘악마를 보았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올해 일곱 번째 도전 만에 올라 결국 ‘청룡의 남자’가 됐다.
 

이로써 이병헌은 ‘백상예술대상’ ‘부일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 올해 열린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싹쓸이하며, 그간 송강호·최민식·김윤석·황정민·정재영·설경구 등 밀려 청룡 트로피 앞에서 고개를 떨군 설움을 완전히 씻어냈다.
 

‘내부자들’에서 그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정치 깡패 ‘안상구’ 역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20년 세월 동안 온갖 풍파를 겪으며, 변해가는 안상구의 모습을 세밀한 감정 연기로 표현하는 데 성공해 관객의 만장일치 지지를 얻어냈다. 자칫 평범한 영화가 될 뻔 했던 ‘내부자들’(707만명)이 많은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던 건 이병헌의 연기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라면 먹는 모습 하나 하나가 모두 대단한 연기였다’는 말이 이병헌이 이 작품에서 얼마나 뛰어난 연기를 했는지 알려준다. 또 이병헌의 대사였던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해야지”는 ‘곡성’의 “뭣이 중헌디”와 함께 올해 최고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의 열연은 2014년 그를 배우 인생 최대 위기로 몰고 갔던 스캔들 또한 단번에 극복하게 했다. 이런 그를 두고 각 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연기로는 도저히 깔 수가 없다’는 말도 나왔다.
 

올해를 ‘이병헌의 해’로 부를 수 있는 건 그가 ‘내부자들’뿐만 아니라, 김지운 감독의 ‘밀정’,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매그니피센트7’에서 보여준 연기들도 한몫 했다. 이병헌은 ‘밀정’에서 단 10여 분의 출연만으로도 주연 배우들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보여줬고 ‘매그니피센트7’에서는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그가 모든 장르와 역할을 아우를 수 있는 배우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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