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안전지도팀 소방위 이동희 / 최근 우리 관내 복합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산후조리원에 있던 신생아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베테랑 구조대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신생아들은 다행히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고 병원진료를 통해 연기로 인한 피해는 없음이 확인됐지만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 사건이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신생아처럼 자력으로 피난이 어려운 영유아와 노약자가 생활하는 시설을 노유자시설로 구분해서 스프링클러설비, 자동화재탐지설비, 시각경보기 등 소방시설 설치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지도팀에서 근무하면서 노유자시설에 대한 소방점검을 다니다보면 종종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띈다.

특히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복합건축물처럼 대형빌딩에 음식점, 유흥시설, 산후조리원, 근린생활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설치된 경우에는 화재발생의 가능성이 높아질뿐만 아니라,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계단통로나 닥트를 통해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전체 건물로 퍼져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사망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사고발생 후 언론보도를 보다보면 산후조리원 화재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노유자시설의 화재는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최근 발표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보면 산후조리원은 화재대비 안전대피 시설을 갖춰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임산부실과 영유아실을 1층에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된다. 이는 현재 시행중인 모자보건법에서 방화시설이 없는 산후조리원은 임산부실과 영유아실을 3층 이상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설치기준을 좀 더 엄격히 제한한 것이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산후조리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생아들이 신속히 건물 밖으로 대피해서 연기흡입이나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처럼 강화된 법규가 오는 2018년 이후 새롭게 신설되는 산후조리원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신생아들은 구조대원이 사용하는 인명구조용 공기호흡기를 착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난층으로 안전하게 대피하기가 어렵다. 산후조리원에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야 하고 신생아에 적용가능한 공기호흡기 개발이 필요하다.  

비단 저출산과 인구절벽현상이라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생명존중은 인류최고의 가치가 돼야 하고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야말로 생명존중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올 겨울 한파 속에서 추위에 떠는 사람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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