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에서 임기단축 등 퇴진 문제를 국회에 맡긴 가운데 여당이 당론으로 정한 내년 4월 퇴진 요구를 수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탄핵소추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박계가 내년 4월말 하야를 조건으로 탄핵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 관련 입장 발표 여부가 탄핵정국의 중대 분수령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3차 담화에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 자신의 거취 문제를 일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도 그 시기는 못박지 않았다. 여야 합의로 도출한 ‘퇴진 로드맵’에 퇴진 절차와 방법뿐만 아니라, 시기까지 모두 담아달라며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이다.

그러자 야3당에 새누리당 비박계까지 동참했던 정치권의 탄핵 대오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 퇴진 시기에 대한 여야 협상 불발 시 오는 9일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던 비박계는 1일 내년 4월 퇴진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하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격 회동을 갖고 “내년 4월 말 박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추 대표가 반대해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지만 비박계 수장인 김 전 대표가 4월 말 퇴진을 조건으로 탄핵 철회 의사를 밝힌 것 자체로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이어 비박계와 친박계가 ‘내년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이라는 로드맵에 합의하면서 박 대통령의 4월 퇴진은 새누리당의 당론으로 확정됐다.

일단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박계가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내년 4월로 요구한 데 대해 “(퇴진 시점은) 국회 결정에 따른다고 했으니까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되길 바란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 대통령이 따로 고려하고 있는 퇴진 시기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은 없다”며 “어쨌든 국회 결정에 따른다고 했으니까 박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년 4월에 퇴진하라는 당론을 조만간 수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4월 퇴진 만이 탄핵을 피할 유일한 출구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붙여질 것으로 예상되는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2/3(200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최소 28명 이상 동조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로 비박계 의원들의 동요가 감지되고는 있지만 만일 내년 4월 퇴진 요구가 거부당하고 탄핵으로 간다면 정족수를 채울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게다가 헌재의 탄핵 심판이 기각으로 결론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에 의해 축출되는 대통령이란 오명을 안게 된다. 역사에 오점을 남긴 대통령으로 남느니 최소한의 명예라도 챙기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야와 탄핵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달라진다. 전직 대통령에게는 재직 당시 연봉의 70%인 1200~1300만원 정도의 연금이 매달 지급되며,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에 대한 임금과 무료 의료 혜택도 주어진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하면 추후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이상 이같은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 반면, 탄핵으로 물러나게 되면 경호를 제외한 모든 전직 대통령 예우가 사라진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는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여당 전체 의견으로 제시된다면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론으로 내년 4월 퇴진과 6월 조기 대선이 당론으로 확정됨에 따라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가 하루 사이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보이고 김 전 대표와 추 대표 간 전격 회동을 두고 비박계가 청와대 사이에 이미 내년 4월말 퇴진을 놓고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다음주 초께 검찰 수사나 최순실과의 관계 등에 대해 소명하는 자리를 위해 갖기로 한 기자회견에서 내년 4월 퇴진 의사를 밝히거나 그 전에 별도의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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