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기자 / 지난 6월29일 출범한 ‘박지원호 비대위’가 오는 5일 공식 종료된다.

국민의당 최대 악재로 꼽혔던 ‘김수민 사태’ 직후부터 160여일 간 당 방향키를 잡아온 박 위원장은 원내 제3당으로서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성공적으로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임기 내내 비대위원장-원내대표 겸직 문제로 당내 의원들의 공격을 받아왔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선 가장 먼저 탄핵을 당론으로 정해놓고도 ‘9일 탄핵’을 고수하며 되레 당에 탄핵을 주저한다는 이미지를 남기기도 하는 등 임기 내 명암이 교차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 ‘김수민 사태’ 위기 수습 주역… 대정부 공세로 존재감 부각 ‘공’

박 위원장은 당 최대 악재였던 ‘김수민 사태’ 직후 당사자인 박선숙·김수민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당 행사 불참령을 내리면서 당사자들과 당을 분리해 당을 상대로 쏟아지는 비판을 수습하는 데 주력했다.

또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본부장의 홍보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의 편파수사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는 등 필요에 따라 악재에 정면 대응하기도 하며, 성공적인 수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또 노련한 정치력을 이용해 정부와의 힘겨루기에서도 국민의당을 선두에 세웠다. 특히 김재수 해임안 처리는 박 위원장의 대표적 공으로 꼽힌다.

당시 박 위원장은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자체에는 불참해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몸값 띄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막상 표결에 들어서자 국민의당 전체가 해임 쪽에 서도록 하면서 국민의당의 위상을 톡톡히 세웠다.

그는 아울러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집요하게 비판 발언을 이어가며, 정부에 대한 날을 세우기도 했다. 우 전 수석 비리 의혹은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 특혜 의혹을 거쳐 박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번져갔다.

또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을 비판하며 사드 반대 당론을 정하고 민주당의 ‘전략적 모호성’을 비판하며, 자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등 선명성 측면에서 때로 제1야당인 민주당을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동시에 김종필 전 총리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만남을 주선하며 자당 유력 대선 후보 띄우기에도 앞장섰다.

◆ 화려한 개인기 장점이자 한계… ‘원맨쇼’ 비판도 나와

이처럼 노련한 정치력과 개인기를 동원해 38석에 불과한 국민의당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키긴 했지만 그 개인기가 되레 비판의 소지가 되기도 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당 의사결정을 총괄하며, 때론 반발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엔 의원총회에서 황주홍 의원이 박 위원장에게 “원맨쇼 그만하라”고 쏘아붙이고 박 위원장은 “너 인마 나가”라고 소리치는 등 원색적인 발언이 오가는 상황이 외부로 노출된 바 있다.

아울러 비대위원장-원내대표 겸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내 호남 의원들로부터 꾸준히 공격 대상이 된 것은 물론 최근엔 김영환 전 사무총장 교체 문제로 정면 비판을 받았다.

지난 1일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새누리당 비박계를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오는 9일 표결을 주장했다가 여론의 비판에 맞닥뜨리며, 또 다른 악재를 초래했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이 본인의 정치력을 너무 믿다보니 민주당과 메시지 싸움에서 밀리는 결과로 온 것 같다. 지난 2일 표결 대신 오는 9일 표결을 고집한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아 진의와 상관없이 탄핵 반대파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후 결국 오는 9일 표결로 야3당 공조를 이뤄내며, 가까스로 수습 국면은 이뤄냈지만 민주당보다 탄핵을 먼저 당론으로 정했음에도 마치 탄핵을 주저한 것처럼 이미지가 굳어져 한동안 내상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명암이 교차하며, 지속돼온 박지원호 비대위는 오는 5일로 공식 종료된다. 이후로는 김동철 비대위원이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해 당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원내 38석에 불과한 소수당이 사안마다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 박 위원장의 노련함이 있었던 만큼 향후 박 대통령 탄핵소추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박 위원장 부재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에선 내려와도 당분간 원내대표직은 유지한다. 이 때문에 원내 협상에선 여전히 박 위원장의 노련한 정치력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내년 1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박 위원장의 차기 당대표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만큼 공식 당대표로서의 활동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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