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기자 /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청와대 안팎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4차 대국민담화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탄핵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박계가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의사 천명과 관계 없이 오는 9일 표결에 동참하기로 한 가운데 뒤늦게 담화에 나서더라도 탄핵열차를 멈추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르면 6일이나 비박계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 7일 오후 6시까지 4차 담화 내지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을 막을 마지막 승부수로 비박계가 요구했던 내년 4월 퇴진을 공개 표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날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내년 4월 퇴진 당론과 관련해 “대통령은 당론 결정 내용을 보고받았고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당의 결정과 당론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대통령은) 국정이 안정되고 평화롭게 헌정질서에 따라서 이양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하는 과정 속에서 좀 늦어졌지만 곧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조만간 내년 4월 퇴진 선언과 관련한 결단이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러나 하루 사이 청와대 안팎의 기류는 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수석이 수용할 것으로 안다고 했는데 이는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 요구를 수용한다는 뜻 아니겠냐”며 “일단 오늘 국회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대한 입장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 비서실장과 허 수석이 국회에서 내년 4월 퇴진론 수용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만큼 박 대통령이 추가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 참모들의 ‘대리 선언’으로 4차 담화를 갈음하는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내년 4월 퇴진 당론의 조속한 수용을 촉구하고 나섰던 친박계도 청와대 참모들의 대리 선언을 박 대통령의 의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4차 담화를 ‘가능성 제로’라고 일축한 뒤 “어차피 대통령은 다 내려놓겠다고 입장을 얘기했지 않느냐”며 “그렇게 단호하게 다 얘기했는데 입장을 뭘 더 얘기하느냐”고 말했다.

이는 뒤늦게 내년 4월 퇴진론을 천명한다고 해도 대세를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퇴진시기를 밝히든 말든 무조건 탄핵 표결에 들어간다는 입장인 가운데 친박계에서조차 ‘탄핵불가피론’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박계는 당론으로 정한 내년 4월 퇴진조차 받아들일 수 없고 당장 하야하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담화에 나서도 탄핵으로 가는 분위기 아니냐”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 스스로 앞으로 약 5개월여 뒤에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진정성을 의심 받을뿐만 아니라, 즉각 하야를 주장하는 촛불민심을 더욱 자극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별다른 실익이 없는 가운데 내년 4월 퇴진 의사를 표명한 상태에서도 탄핵안이 가결되면 오히려 박 대통령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가령 최장 6개월이 걸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4월을 넘기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기각이냐 인용이냐의 결정을 받아보기도 전에 약속대로 하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심판을 통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유무죄 판단을 받으려는 의지가 강해 참모진들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날 오후 향후 특검 수사와 헌재의 심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변호인단 인선을 발표할 예정이다. 변호인단은 기존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포함해 4~5명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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