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여의도 국회 전체의 운명을 가를 탄핵소추안 표결이 9일 실시된다. 탄핵안 찬성이 정족수인 200명을 넘어 가결된다면 정치권은 예정대로 대통령집무정지 및 황교안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아래 내년 대선을 향한 준비에 들어가겠지만 부결될 경우의 후폭풍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전체가 비판 여론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심의 분노가 극에 달할 게 분명해 상상을 초월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광화문 촛불민심도 더욱 뜨겁게 타올라청와대 경호 문제도 100% 안심할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불상사가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일단 부결 시 민심의 분노는 반대표를 대거 던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새누리당을 주 타깃으로 삼을 게 분명하다. 지난주 촛불시위 때만 해도 새누리당 당사에 계란이 투척되고 지방의 시도당 사무실에 간판이 훼손되기도 했다.

그러나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당장 9일밤부터 성난 민심이 여의도를 찾을 가능성이 크고 오는 10일 촛불집회는 여의도에서 새누리당 당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 특히 반대표 쪽에 섰을 것으로 생각되는 새누리당 친박계는 거의 ‘공공의 적’ 수준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

해당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을 비롯해 인터넷 홈페이지 등 온오프라인에서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부 친박계는 이를 의식해 9일 투표 시 탄핵 찬성 기표에 대한 인증샷 등을 남기는 방안을 강구중이라지만 부결된다면 이마저도 성난 민심을 돌려세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정현 대표 등 핵심 친박계는 내심 탄핵안 부결을 계기로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와 유사한 ‘탄핵 역풍’을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간 드러난 민심을 감안하면 이같은 바람은 현실성이 적다. 당장 이 대표 등 친박 핵심들이 1차 타깃이 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탄핵 부결 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안심할 처지는 못된다. 국민적 기대감 속에도 탄핵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촛불민심이 야당의 책임을 추궁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이번 사태 처음부터 탄핵과 하야 주장에 주저했다는 점에서 국민의당은 끝부분에 와서 지난 2일과 9일 탄핵안 처리를 놓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탄핵 찬성파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이에따라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표결을 하루 앞두고 ‘탄핵안이 부결되면 전원 의원직에서 전원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치는 등 선명성 강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엔 탄핵안 부결 시 그 책임을 온전히 새누리당에게 돌리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

부결이 되면 여야 정치세력간 치열한 책임 공방도 필연적으로 벌어진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이 서로를 향한 삿대질이 쏟아질 수 있고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문재인 진영의 공세가 벌어질 수 있다. 국민의당도 그간의 지도부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부 비판이 줄을 이을 공산이 크다.

이같은 상황을 보는 일반 여론도 정치권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특정 정당의 책임을 묻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권 전반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 해산 내지 새누리당 해체 주장이 제기될 수 있고 박 대통령의 하야와 친박들에 대한 정계은퇴 요구가 분출할 개연성이 있다. 이를 놓고 정계개편과 함께 차제에 정치권 시스템을 바꾸자는 개헌 주장도 나올 수 있다. 

핵심 당사자인 청와대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성난 민심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고 광화문 집회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촛불로 가장 뜨거운 시위가 될 게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불상사가 없을 것이란 보장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의 운명을 가를 탄핵안 표결이 이렇게 국민과 정치권 앞으로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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