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관저에 사실상 칩거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를 통한 뒤집기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모든 노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4시10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 결과가 발표된 박 대통령의 탄핵안에는 재적 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여해 총 23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기권은 2표, 무효는 7표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직후 소집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재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하야는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헌재의 기각 판결을 이끌어내 정치·사법적인 무죄 판결을 받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또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 대행을 중심으로 각 부처 장관들께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합심해 경제 운용과 안보 분야를 비롯해서 국정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도 말했다. 탄핵안 가결로 헌재 심판까지 발생할 수 있는 국정공백에 대한 대처를 주문한 것인데 이는 거꾸로 헌재에서 기각 결정을 이끌어내 국정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및 정진석 원내대표와 긴급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탄핵안이 가결돼도 하야는 없다고 못박고 헌재 심판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서 가결이 되더라도 헌재의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며 “탄핵이 가결되면 결과를 받아들여서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도 지난 7일 “법적으로 불가능한 게 탄핵안이 가결되면 탄핵 절차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며 “헌재 결정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한 상태다. 일단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박 대통령의 진퇴 문제는 여야가 어떤 합의를 하든 말든 무조건 헌재 결정에 맡기겠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최장 6개월이 걸리는 헌재의 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야 없이 향후 있을 법리공방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직무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 사본을 청와대가 전달받는 시점부터 즉시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와 행정수반으로 갖는 모든 권한을 일시적으로 박탈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관저에서 칩거 상태에 들어간 채로 변호인단과 법적 대응 논리를 가다듬을 전망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도 지난 2004년 5월14일 헌재의 기각 결정이 나기까지 두 달 동안 관저에 머물며, 독서를 하고 공식 일정을 갖지 않았다. 기자단과의 산행 같은 비공식적인 일정은 가졌지만 정치적인 언행은 자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경우 언론 접촉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인데다 ‘즉각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민심이 워낙 거세 외부에 모습을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은둔과 다름 없는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결정은 짧아도 2개월 이상, 길게는 6개월의 기한을 모두 채워야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박 대통령의 은둔 생활도 적잖게 길어질 전망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은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6명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의견이 있으면 최종 확정된다.

헌재가 촛불민심을 감안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심판 결과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 두 달 만에 결론이 났던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는 사정이 달라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적었던 노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박 대통령과 변호인이 사실관계를 아예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농단 사태 관련 혐의점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박한철 헌재소장은 내년 1월에,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는 점도 변수다. 더구나 박 헌재소장의 후임은 대통령 추천 몫이라서 공석이 장기화돼 헌재 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자신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해서 4명의 변호인단을 최근 꾸려 법률 검토 등의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탄핵안 가결로 ‘최순실 특검’뿐만 아니라, 헌재 심리에도 대비해야 하는 만큼 변호인단 규모를 보다 확대할 전망이다.

자신을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자 피의자로 본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일관되게 부인해 온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헌재 심의를 통해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향후 있을 특검과 헌재 심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어디까지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기조 달성을 위한 정상적인 통치행위였으며 기업들에 대한 어떠한 혜택이나 대가성도 없었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비선실세’ 최순실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의 강제모금 의혹이나 이권개입도 특정 개인의 일탈로 자신과 무관하다는 논리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된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박 대통령 측의 방어논리도 주목된다. 세월호 참사 당일이었던 지난 2014년 4월16일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성형·미용시술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하면서 관저집무실 및 경내에서 30여 차례의 보고와 지시를 내렸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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