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기자 / 정부가 지난 8월부터 3차례에 걸쳐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놨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대출 수요자들이 은행으로 향하면서 외려 증가폭이 커졌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규제 정책에 대비하려는 움직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한달 사이 8조8000억원 증가, 지난해 11월 증가액인 7조5000억원을 뛰어넘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액(6조1000억원)이 69.3%를 차지했다. 5조9000억원이 늘었던 지난해 11월보다 증가폭이 더 커졌다.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모두 1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란 점에서 8.25 가계부채 대책을 시작으로 쏟아진 정부의 관련 정책이 외려 대출 수요를 부추겼단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잡겠다며, 지난 8월부터 대책을 제시했다. 택지공급 물량을 축소하고 중도금대출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췄다. 
 

뒤이어 후속 조치로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과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 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조이겠다며 가계대출 금리를 높여왔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전망이 강해지면서 채권금리가 급상승한 영향도 작용했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10월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89%로 지난 7월(2.66%) 역대 최저치를 찍은 이후 3개월 만에 3%대에 다가섰다. 
 

현재 차주(대출자)들이 실제로 적용받는 금리는 3%대 후반에서 4%대 후반으로 이보다 훨씬 높다. 
 

그럼에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코앞에 닥치자 대출금리 상승을 예상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 9일부터 한국신용정보원이 은행권에 제공하기 시작한 실질 총체적원리금상환비율(DSR)이 어떻게 활용될지 미지수라는 점도 대출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카드론, 신용카드 미결제액 등 차주가 전 금융권에서 부담해야 하는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실질DSR의 적용 기준은 은행의 자율이란 입장이지만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맞물려 은행들이 실질DSR을 리스크 관리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대출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란 예상이 이어지다 보니 집 살 사람들은 미리 계약하고 대출을 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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