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0만 영화는 ‘부산행’(1156만명) 한 편 뿐이었다. 지난해 세 편(‘베테랑’, ‘암살’,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4년에 세 편(‘명량’ ‘겨울왕국’ ‘인터스텔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다.
 

오는 2017년에는 몇 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할까. 흥행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1000만 관객을 앞서 달성한 적 있는 감독들이라면 그래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내년에는 1000만 감독 다섯 명이 신작을 내놓는다. 봉준호(‘괴물’)·류승완(‘베테랑’)·추창민(‘광해, 왕이 된 남자’)·양우석(‘변호인’)·이준익(‘왕의 남자’) 감독이 그들이다.
 

이들이 어떤 영화로 돌아오는지 한 편 한 편 짚어봤다.

◆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옥자’
 

알려진 정보는 적다.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옥자의 하나뿐인 가족 미자가 필사적으로 그를 찾아 나선다’는 줄거리와 안서현·변희봉 등 한국배우와 틸다 스윈턴·제이크 질렌할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다는 것 정도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단 한 번도 관객과 평단을 실망시킨 적 없는 봉 감독이 또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갈지, 그의 영화 세계가 얼마나 넓어지고 또 깊어졌는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1000만 관객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옥자’는 넷플릭스와 합작한 작품으로,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개봉해 전 세계에 동시에 스트리밍 서비스된다. 봉 감독의 이러한 형식적인 실험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도 지켜봐야 한다.

◆ 1000만 예약?… ‘군함도’
 

지난 2015년 ‘베테랑’으로 1000만 관객을 합작한 류승완 감독과 배우 황정민이 다시 한번 뭉쳤다. ‘부당거래’(2010)부터 세 번째 호흡이다. 이번 작품은 일제 강점기가 배경인 영화인 ‘군함도’로, 류승완 감독의 첫 번째 시대극이기도 하다.
 

군함도(軍艦島)는 일본 나가사키현의 섬 하시마(端島)의 별칭으로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강제노역이 이뤄졌던 곳이다. 영화는 이곳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400여명 조선인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황정민과 함께 소지섭·송중기·이정현 등이 출연한다.
 

내년 여름을 개봉이 목표인 이 작품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벌써 1000만에 가장 가까운 영화로 평가받는다. 티켓파워를 가진 황정민과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인기 급상승한 송중기가 출연하고 전 세대를 움직일 수 있는 소재인 일제 강점기가 배경이라는 게 결정적이다.

◆ 뛰어난 소설 원작, 영화로는 어떨까… ‘7년의 밤’ 
 

‘7년의 밤’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로 1000만 감독이 된 추창민 감독 신작이다.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진 뒤 이 일로 딸을 잃은 한 남자는 복수를 계획하고 다른 남자는 아들을 지키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물이다.
 

이 작품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정유정 작가가 지난 2011년 내놓은 동명소설이 원작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서스펜스를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까 영화화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 추 감독이 글의 긴장감을 영상으로 어떻게 옮겨낼지가 관건이다.
 

최근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은 류승룡(전작 ‘도리화가’)·장동건(전작 ‘우는 남자’)이 이 작품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또 두 배우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도 관심 사항이다. 두 사람과 함께 연기력 좋은 배우들인 송새벽·문정희·고경표가 함께한다.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라… ‘강철비’
 

양우석 감독은 데뷔작으로 1000만 관객을 넘긴 된 최초 감독이다(두 번째, ‘부산행’ 연상호 감독). ‘변호인’(2013) 이후 4년, 그가 ‘강철비’로 돌아온다. 양 감독은 전작의 흥행이 우연이 아니며, 송강호 없이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양 감독이 영화감독 데뷔 전 웹툰 스토리 작가였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는 그가 이야기를 만든 인기 웹툰 ‘스틸레인’(2011)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김정일 사후, 북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남북 관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우성이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의 정찰총국요원 ‘엄철우’를, 곽도원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 ‘곽철우’를 연기한다. 현재 캐스팅 마무리 단계이며, 내년 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에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동주’에 이은 또 한 번의 독립운동가 영화… ‘박열’
 

박열(1902~1974)은 일제 강점기, 무정부주의 단체 ‘흑도회’를 조직해 독립 운동을 전개하고 일본 왕세자 히로히토 폭살을 계획했던 독립운동가다. 이준익 감독은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룬 ‘동주’에 이어 또 한 번 독립운동가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 이번에도 제목은 ‘박열’이다.
 

흥미로운 건 박열이 윤동주와 정반대 느낌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다. 윤동주가 펜으로 독립을 꿈꿨다면 박열은 폭탄으로 독립을 도모했다. 이 차이를 이준익 감독이 영화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제훈이 ‘박열’을 연기하기로 했고 ‘동주’에도 출연한 바 있는 민진웅은 박열의 친구 ‘홍진유’ 역으로 합류했다. 권율도 출연한다. 현재 캐스팅 마무리 단계이며, 내년 1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올해 중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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