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립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올해 글로벌 채권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자금 비용이 증가하고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 부실화 위험성도 커져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일 기획재정부의 ‘2017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속화될 경우 우리나라 시장금리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국채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의 장기금리는 0.47%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내놓은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인상 횟수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상향 조정했다. 당초 예상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미국 채권금리는 물론 우리나라 금리도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해 초 2.039% 수준이었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2월12일 2.270%까지 상승하면서 연고점을 찍었다.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 등의 효과로 채권 금리는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연고점 대비 20bp(1bp=0.01%) 가량 떨어져 2.074%로 거래를 마감했다.

하지만 새해 채권금리는 우상향의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해 말의 금리 안정세는 단기 급등 후 나타난 ‘숨고르기’ 정도라는 것이다.

30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 온 채권 시장의 속성을 감안하면 올해부터는 글로벌 금리가 하락기를 끝내고 상승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재정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점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대선 이후 뉴욕 증시 급등과 채권 금리 상승, 달러 강세는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 본격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주식과 원자재 등 위험자산 선호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채권의 투자수익률은 하락한다.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 압력이 더 크다. 물가상승과 자금유출 우려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대응 여력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미국 금리 상승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위험도 커지고 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건 수석연구원은 “경제 여건을 봤을 때 채권금리는 상승 사이클로 바뀌었다”며 “미국이 올해 3번에서 4번까지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고 한미 금리 역전으로 인한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1월 채권시장은 기관의 자금 집행 등으로 강세를 보이지만 올해는 연초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월 연초효과를 앞두고도 지난 2016년 하반기 금리급등에 따른 투자심리 붕괴로 내년 초반에도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많이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국내 채권 공급 물량 부족이 이어지더라도 해외 투자 수요 증가로 수급은 채권시장에 유리한 재료라고 보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 금리 오르면 가계·기업 부담↑… 실물경제 영향 우려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부채 상환과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져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300조원을 넘어섰다.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채무 상환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저소득·저신용 대출자는 대출 금리가 높고 변동금리 위주인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변동 위험에 취약하다.

금융연구원은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의 금융부채가 7조9000억원 가량 증가해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가구가 약 4만1000가구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은 벌써부터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액은 50조3126억원으로 전년(58조2052억원) 대비 13.56%나 감소했다. 회사채 발행액에서 상환액(52조8036억원)을 뺀 순발행액은 지난해 마이너스(-2조4910억원)를 기록했다.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반면 중소·비우량 기업들은 자금난을 걱정해야할 처지다.

중소기업의 담보대출 비중은 지난 2012년 3분기 60.7%에서 지난해 2분기 67.6%까지 높아졌다. 우량기업과 비우량 기업간 신용스프레드는 2013년 1월 5.59%포인트에서 지난해 11월 6.1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빠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저소득·저신용 차주, 중소·비우량 기업이 취약할 전망”이라며 서민·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자금난 악화에 대비하는 등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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