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자신의 일터로 갈 수 없었던 그들은 결국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없었던 7년 동안 현실은 영화보다 더한 곳이 됐기 때문이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의 시사회가 오는 12일 개봉을 앞두고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렸다.

영화는 이명박정부 초기인 지난 2008년부터 YTN과 MBC 등에서 해직된 언론인 20여 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부가 낙하산으로 임명한 구본홍 전 YTN 사장에 대한 반대투쟁에 나섰다 해고된 권석재·노종면·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 기자 등 6명과 역시 김재철 전 MBC 사장 선임에 맞서다 해고된 최승호 PD, 박성제·이용마 기자 등의 투쟁사가 주를 이룬다.
 

영화는 그들도 이렇게까지 되리라 예상치 못했던 파업의 과정과 그 속에서 겪었던 고충 등을 현장의 기록영상들을 통해 보여준다. 투쟁 과정에서 권력의 하수인들이 보여준 민낯을 통해 관객들에게 실소를 안겨주기도 한다.
 

관객들은 결말까지 지켜보다가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면서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됐고 이후 일부를 재편집해 이달 개봉을 앞두게 됐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8월 편집을 마친 상태에서 이후 이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제작사 중 한 곳인 뉴스타파의 김용진 대표는 “진짜 저널리즘이 회복되려면 영화의 주인공들이 현장에 복귀하고 이 분들을 거리로 내쫓은 배후가 누구인지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며 “진상을 철저히 파헤치는 계기를 이 영화가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혁 감독은 “촛불 국면인 지금도 해직 언론인들이 이렇게 있는데 모두 다 똑같은 ‘기레기’로 보지 말아달라는 바람이 담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배급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시국이 변하긴 했지만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이처럼 민감한 영화들의 상영을 꺼리고 압력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배급을 맡은 고영재 프로듀서는 “CGV 부회장을 쫓아낼 수도 있는 정권인데 사실 영화 하나 틀지 말라는 압력은 굉장히 쉬운 압력”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쿨하게 평가해달라”며 배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화는 결국 세월호 참사를 만든 원인을 말한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그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최승호 전 MBC PD는 “해고된 이후부터는 대한민국 모든 언론인들의 지위가 흔들렸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해고될 수 있고 불안감에 떠는 상태로 전락했다고 생각한다”며 “불안감의 결과가 세월호”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 말미에 “꼭 언론이 아니더라도 7년간의 시간을 반추할 수 있는 영화”라며 “스토리펀딩 중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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