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개봉하자마자 선두를 달리고 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마스터’를 누르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라는 약점까지 안고 있음에도 개봉 닷새만인 8일 1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기존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새 기록을 쓸 지 주목되고 있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의 개봉 이후 지난 7일까지 누적관객 수는 84만9111명을 기록했다. 토요일인 이날 하루 관객만 33만5035명이 보면서 ‘마스터’(23만6078명)를 따돌렸다.
 

‘너의 이름은.’은 지난 4일 개봉하자마자 1위를 꿰차면서 나흘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일요일인 8일까지 관객을 합산하면 누적 100만명은 가볍게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개봉에 앞서 지난 주말인 지난해 12월31일과 이번달 1일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열면서 변칙개봉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양일간 합산 관객이 7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기록에 별다른 변수는 되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개봉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록을 깰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입사 측에 따르면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중 국내 누적관객 1위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총 301만여 명(재개봉 관람객 합산실적)의 관객이 봤다. 역시 개봉 첫 날부터 1위를 기록한 영화이지만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개봉 10일차(영진위 통계 기준)였다.
 

이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약 200만명), ‘벼랑 위의 포뇨’(152만여명) 등의 순이다.
 

이를 감안하면 ‘너의 이름은.’의 100만 관객 돌파 시점은 일단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현 추세를 유지하면 그보다 앞선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거둔 실적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애니메이션을 아동용으로 치부하는 국내 통념상 애니메이션이 300만 관객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1000만 관객을 넘은 것은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던 디즈니 애니 ‘겨울왕국’(1029만여명)이었을 뿐 그 뒤를 이은 ‘쿵푸팬더’(506만여명), ‘인사이드 아웃’(496만여명), ‘주토피아’(470여만명) 등 대부분 관객이 500만명 이하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실적도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중 8위의 성적이다.
 

‘너의 이름은.’이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된 역대 흥행 애니메이션들의 실적은 모두 ‘전체관람가’ 등급으로 거둔 것이었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치명적인 ‘12세 이상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의외의 선전이다.
 

등급 판정의 주된 이유는 영화 속 성인 조연 캐릭터의 흡연장면과 일부 포함된 음주장면 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좋은 성적을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그림체와 스토리의 흡인력, 입소문 등이 주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미 일본에서도 1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면서 1717만 관객을 동원하고 중국에서도 개봉 10일차에 1700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등 해외에서 거둔 흥행실적이 약점을 메워주는 힘으로 일부 작용하는 듯하다.
 

수입사 측 관계자는 “영화 본연이 가진 힘이 폭발적인 입소문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원동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실사를 방불케하는 아름다운 작화와 음악이 잘 어우러져 폭넓은 세대의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는 올해 부산영화제 상영부터 영화에 대한 호평이 뜨거웠다”면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의 흥행에 미국, 유럽까지 호평이 쏟아져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킨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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