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웰컴 투 동막골’로 800만 관객을 불러모으고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박광현(48) 감독이 12년 만에 새 영화로 돌아온다. 전작과는 상반된 분위기의 범죄액션물 ‘조작된 도시’다.
 

영화는 피시방을 전전하며 게임만 하며, 사는 백수 ‘권유’(지창욱)가 살인범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게임 속에서 완벽한 리더 역할을 하는 권유는 함께 게임을 하던 온라인 친구인 ‘여울’(심은경) ‘데몰리션’(안재홍)과 함께 자신들 만의 방식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나선다.
 

‘웰컴 투 동막골’이 ‘태극기 휘날리며’ 등 당시 한국전쟁을 다루는 한국 영화계의 일반적인 시선을 벗어나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 작품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처럼, 박 감독은 ‘조작된 도시’에서도 이 작품을 한국 액션영화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과 알파고와 각종 해킹프로그램 등이 개발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정작 영화는 그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 한다고 느꼈다. 현재와 가장 닮은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어 “기존 범죄액션물의 무거움과 잔인함을 걷어내고 더 밝고 경쾌하면서 뜻밖의 사건 전개가 기대되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그런 영화를 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앞서 공개된 이 영화 예고편은 게임·만화적 상상력과 함께 대규모 액션이 어우러진 영상을 보여준다. 게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전투기와 각종 미사일과 지창욱이 펼치는 화려한 와이어 액션, 8차선 도로에서 진행된 대규모 카체이싱은 이 영화 백미다. 또 버려진 컴퓨터 부품을 통해 만들어진 드론, 슈퍼카로 재탄생한 경차 등 신선한 요소들도 영화를 즐겁게 한다.
 

‘조작된 도시’는 이른바 세 명의 ‘루저’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구분된다. 지창욱·심은경·안재홍이 맡은 인물들은 각각 백수·은둔형 해커·특수효과팀 말단 스태프로, 하루 대부분을 게임으로 보내는 ‘게임 폐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주목하는 건 이들이 평범한 사람은 가지지 못한 나름의 상상력으로 사건을 조금씩 해결해가는 모습이다.
 

박 감독은 이와 관련해 “세상이 인정하는 능력은 굉장히 제한적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 말고도 개인이 가진 능력은 다양하다”며 “아직 인정받지 못한 능력을 영화로 끌고 들어와서 기성세대가 만든 틀을 조금이라도 뒤집을 때 오는 쾌감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짚었다.
 

그는 또 세 인물의 협력에 대해 “복수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가 아닌 세상 끝에 버려져 있을 때 내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고 그들과 함께 작은 힘을 모아서 멋지게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 감독이 어떤 새로운 영상을 선사할지도 이 작품의 관심거리다. ‘웰컴 투 동막골’의 이른바 ‘팝콘 비’ 장면은 한국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대단하지는 않지만 이번 작품에도 나름대로 새롭게 만든 장면들이 있다”며 “극장에서 확인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박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을 현실에 발붙이게 하는 건 지창욱이다. 그는 드라마 ‘무사 백동수’(2011) ‘힐러’(2014) ‘THE K2’(2016) 등에서 보여준 발군의 액션 실력을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조작된 도시’는 지창욱의 첫 영화 주연작이기도 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액션을 좋아했다. 두 달 간 매일같이 액션스쿨에서 연습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