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1등도, 영원한 꼴찌도 없다는 말이 올해도 현실로 나타났다.

암흑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였던 우리카드와 KGC인삼공사가 ‘봄 배구’의 향방을 가늠할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우리카드의 지난 두 시즌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주전 선수들의 군입대와 외국인 농사 실패가 맞물린 지난 2014~2015시즌 36경기에서 3승을 얻는데 그쳤다. 이듬해에도 7승(29패)으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우리카드는 시끄러웠다. 지난 2015년 3월에는 당시 군 복무 중이던 센터 신영석(현대캐피탈)의 몰래 트레이드와 새 회장의 운영 포기 선언으로 여론의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다른 팀들의 승점 자판기 신세로 전락했던 우리카드는 올해 확 달라졌다. 도약의 가장 큰 원동력은 외국인 선수 파다르다.

외국인 드래프트 5순위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은 파다르는 득점 2위(533점), 퀵오픈 1위(66.49%)로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지명 순위가 뒤로 밀린 것이 오히려 행운으로 작용한 셈이다. ‘우리캐피탈 시절 이후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우리카드 관계자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파다르가 중심을 잡아주자 레프트 공격수 최홍석과 세터 김광국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가세한 김은섭이 박상하와 함께 네트 앞을 든든히 지키고 신으뜸이 궂은 일은 도맡아하면서 첫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순위는 5위이지만 선두 현대캐피탈(승점 41)과의 승점차는 단 7점에 불과해 남은 라운드에서 충분히 뒤집기가 가능한 형국이다. 

여자부 KGC인삼공사의 변화는 더욱 놀랍다. 백목화와 이연주가 떠나고도 3위다. 

외국인 선수의 힘으로 간간히 버텨왔던 KGC인삼공사는 지난 2014~2015시즌 8승22패로 와르르 무너졌다. 2015~2016시즌에는 압도적인 꼴찌(7승23패)였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서남원 감독이 부임과 동시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대목은 패배의식 떨치기. 이기는 습관을 알려주기 위해 고교팀과의 연습 경기를 추진했고 끊임없는 독려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 결과 KGC인삼공사는 V-리그에서 가장 끈끈한 팀으로 변모했다. 그들을 상대하는 공격수들은 득점을 올리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리베로 김해란으로 꾸려진 리시브 라인의 안정감은 지난해와는 비교조차 어렵다.

두 팀의 반등은 리그 전체에도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동네북의 변신에 김 빠지는 경기는 눈에 띄게 줄었다. 물론 보는 이들은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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