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립 기자 /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지난 20일 각각 대선준비위원회를 본격 가동시키며, 대선체제에 돌입했지만 유력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고 있어 범보수진영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일단 자유한국당에서는 출마 예정자까지 포함하면 10여명 후보군이 있고 바른정당도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출마 선언을 한 상태이지만 지지율은 모두 미미하다. 범여권 주자 중에서는 그나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대선 출마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수진영에서는 최근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홍 지사는 한 때 ‘사이다 발언’으로 보수진영 사이에서는 주가를 높인 바 있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에서는 황 대행이 불출마로 돌아서고 홍 지사가 출마를 선언한다면 단번에 지지율이 급상승하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 201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부터 천천히 대권 준비를 하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으나 최근 항소심 무죄 선고로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에서도 홍 지사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홍 지사는 당초 2심 선고 직후 자신과 가까운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해 경남도 내 시·도의원 등과 함께 동반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뜨지 않자 당분간 자유한국당에 잔류 하며, 대선 출마 여부 등을 고심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 소속 대선 후보로 출마를 결심할 경우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고 경남은 물론 여권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어느정도 지지세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홍 지사는 경남 창녕 출신이지만 대구에서 중·고교를 나왔다.

특히 홍 지사는 지난 18일 창원에 이어 23일과 24일 대구, 울산 등에서 강연 정치에 나선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홍 지사가 대선 출마를 앞두고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홍 지사는 최근 여권의 한 인사를 만나 “보수 결집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 입장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재통합하거나 최소한 연대할 수 있는 중간자 역할을 자임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토대로 보수의 중심으로 떠오르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중도 하차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이를 원한 바 있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항소심 선고 이후 홍 지사와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홍 지사는 본인이 보수 결집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싶다는 얘기를 했다”며 “또 홍 지사가 얘기한 ‘양아치 친박’(양박)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지만 보수의 본류는 자유한국당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1위가 된 뒤 바른정당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이루거나 연대, 통합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때문에 벌써부터 보수진영에서는 홍 지사를 자유한국당 후보로 옹립해 바른정당과 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자유한국당에서 떨어져 나온 바른정당은 연대나 재통합 등은 몰라도 후보 단일화 부분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다. 실제 현재까지 지지율 면에서는 앞서가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범보수 후보 단일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때이른 관측을 한다면 자유한국당 홍 지사와 바른정당 유 의원의 단일화가 이뤄져 보수층 유일 후보로 둘의 승자가 본선에 나설 수 있다”며 “다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 하려면 무수한 고비를 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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