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금융 시스템 내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가계부채의 급증세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3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가계부채는 1344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7%(141조2000억원)나 늘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0~2014년 평균(6.9%)을 크게 상회한데다 이례적인 급증세를 보였던 2015년(10.9%)보다도 높았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큰 상황이다.

◇금융부채 가구, 소득의 3분의1 원리금 상환에 사용

정부의 은행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는 잦아들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비은행권과 신용대출 등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부채를 지고 있는 가구는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

지난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은 34.2%로 전년(30.7%) 대비 3.5%포인트나 상승했다.

한은은 전체 대출 중 고소득(상위 30%) 비중이 65.5%, 고신용(1~3등급) 비중이 65.7%를 차지하고 있어 가계 부채의 구조는 안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규모 측면에서 보면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차주의 부채 액수도 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해 말 저신용(신용 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 이하) 차주의 대출 규모는 78조6000억원으로 전체 가계 대출의 6.2%를 차지했다.

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자산평가액비율(DTA)이 100%보다 높은 고위험가구의 부채 비중은 2015년 5.7%에서 2016년 7.0%로 상승했다.

한은은 미국의 금리인상기를 맞아 국내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경우 취약 계층이 채무상환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호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일반적으로 제2금융권이나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가는 차주는 은행권에 비해 신용도나 소득 수준에서 취약한 게 사실"이라며 "상호금융 대출이 올해 들어 증가세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철강·조선 등 취약 업종 부실기업도 위험 요인

한은은 또 대우조선 해양 등 취약 업종 대기업의 잠재리스크가 크고 우리 금융 시스템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적인 기업 대출 규모가 줄어들고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조선·해운·철강업 등은 여전히 금리 인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올해 기업의 차입 금리가 150bp(1.5%)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좀비기업) 비율이 전체의 28.8%에서 33.4%로 4.6%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경우에도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최근 5년 평균(31.4%)을 크게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철강업(+8.6%포인트), 조선업(+8.9%포인트) 등 취약 업종은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이 크게 늘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가계부채와 기업부실 문제로 리스크가 다소 커졌지만 우리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이 양호해 대내외 충격을 감내할 수 있다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금융기관들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고 외환보유액, 단기외채 비중 등 대외 건전성도 양호해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려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 국장은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 외환보유액 규모, 단기외채 비중 등 대외 건전성 측면에서 여타 신흥국보다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복원력은 상당히 괜찮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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