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삼성호, 어디로 갈 것인가?
격랑의 삼성호, 어디로 갈 것인가?
  • 승인 2007.12.0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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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비자금 특검 청와대 수용, 검찰 전방위 수사 돌입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둘러싼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대로 가다간 무소불위의 힘을 써왔던 거대공룡이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국회가 지난 23일 삼성 비자금에 대한 특별검사도입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비자금조성과  경영권 승계, 로비 여부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특검법안을 놓고 고민을 해왔던 청와대가 지난 26일 전격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상황은 급진전되고 있다.

특검 실시

삼성 비자금 특검법이 지난 23일 한나라당의 수정 요구로 막판 진통 끝에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선에서 국회를 통과됐고 26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22일 법사위 소위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삼성 특검법안을 합의했지만 하루 만에 합의 내용이 졸속이라며 재수정을 요구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삼성 비자금 특검법은 양당 간사 간 최종 합의 도출을 통해 어렵게 빛을 보게 됐다. 법사위의 치열한 대립과 달리 본회의에서는 별다른 이의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최종 법안이 당초 안보다 수사 범위가 크게 축소되지 않았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우선 한나라당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의 경우 수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지만 최종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위헌 가능성과 기업활동 위축 등을 이유로 수사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2002년 대선자금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대가로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기존 합의안에는 수사 대상으로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등 불법상속 의혹 관련 사건`으로 규정됐으나 `등`자를 빼고 `수사 및 재판과정의 불법행위 의혹`과 `수사 방치 의혹을 받고 있는 4건의 고소·고발 사건`으로 대상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 그나마 한나라당 주장이 일부 반영된 것이다.
법무부와 삼성 측도 문구만 일부 바꿨을 뿐 수사 대상이 축소된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비자금 수사 대상도 일부 조정됐다. 당초 `법조인, 공무원, 언론인, 학계 등에 뇌물을 제공한 의혹`으로 명시돼 있던 부분도 `공직자에 대한 뇌물 제공 의혹`으로 범위가 축소됐다. 언론계와 학계는 법률상 뇌물 제공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적 논리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을 26일 청와대가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사태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그동안 특검법을 놓고 고민을 해왔던 청와대는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용 의사를 밝힘에 따라 조만간 특별검사를 비롯 특검시스템이 가동될 예정이다.

삼성 외환위기 이후 네 번째 위기

이에 따라 삼성은 외환위기 이후 벌써 네 번째 위기를 맞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과 안기부 X파일 사건,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 사건에 이어 이번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의혹까지, 왠만한 기업이면 한번에 쓰러질 정도의 큰 사태가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을 통해 1차 폭로를 할 당시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그리고 이렇게 빠른 속도로 확대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맞고 있는 삼성 전략기획실은 그래서 김 변호사의 폭로 이후 극도로 몸을 사리며 조심스럽게 대응해왔다.
삼성은 그동안 김 변호사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별 것 아닐 것이라는 판단아래 나름대로 자신감마저 보이며 그저 하루빨리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종왕 법무실장의 사임, 외부적으로는 이용철 변호사의 떡값 돈뭉치 사진 공개로 큰 타격을 받은데 이어 급기야 특검 도입으로 격랑속으로 휩쓸려가고 있다.
삼성그룹의 최근 분위기는 `망연자실`, `속수무책` 그 자체인 것으로 느껴진다.
사태 초기만 해도 김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이라며 자신감을 보여왔던 삼성은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사 대상이 비자금, 로비 의혹은 물론 경영권 승계 과정까지 확대된 데다 조사기간이 최장 125일이나 돼 경영 차질이 불 보듯 뻔해졌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1966년 `한비사건`, 이건희 회장의 `베이징 발언`, 안기부 X파일 사건을 넘어서는 삼성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 측은 특검으로 이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조사받을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기부 `X파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등과 관련해 시민단체 등은 줄기차게 이 회장의 검찰 소환조사를 요구했으나 이 회장이 직접 수사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삼성은 이 회장이 수사를 받을 경우 그룹 명예가 실추되고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염려하고 있다.
수사 대상이 워낙 광범위해 이번 만큼은 이 회장이 수사를 전적으로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회장에 대한 조사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김 변호사가 폭로한 문건에는 이 회장이 검찰, 정치인 등에 대한 로비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검토하도록 직접 언급한 대목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 회장 소환 못지않게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경영권 승계 문제다. 이 문제는 수차례 검찰조사, 재판 등이 이뤄졌는데도 이번에 다시 특검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원점에서 재수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삼성으로서는 `원죄`라는 것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대외신인도 훼손과 심각한 경영 차질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학수 부회장 대리경영체제 무너지나

지금은 내년도 경영계획을 확정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삼성은 전략기획실에서 각 계열사의 고위급 인사와 사업, 자원배분 등 핵심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체제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손을 놓고 방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일시적인 경영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삼성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핵심 계열사들은 이미 시스템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경영 외적인 외풍은 일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결과의 파장에 따라 내부적으로 큰 변화를 맞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중 가장 주목되는 것이 이학수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대리경영체제의 변화 여부이다.
이학수 부회장은 지난 98년 외환위기 속에서 구조조정본부장에 전격 기용된 이후 탁월한 기획력과 추진력, 조직장악력을 자산으로 삼성을 위기에서 구출해 세계기업으로 발돋움시킨 1등 공신이다.
전직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이학수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는 조력자의 역할을 넘어선 동반자이며 이재용 전무 등 세자녀들에게는 삼촌과 같이 믿음직한 존재"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 못지 않은 전권을 행사하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 이 회장이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 안방경영으로 들어가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삼성 고위관계자는 "신규사업과 인사, 자금, 대외협력 등 그룹의 핵심 사안들을 이 부회장이 총괄해 이 회장을 사실상 대리하면서 권력이 집중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전략기획실 김인주 사장과 장충기 부사장, 삼성전자 최도석 사장 등 마산출신 재무, 기획통들을 요직에 기용하고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자들까지 측근 그룹으로 배치하면서 사실상 그룹의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학수 부회장도 그러나 위기가 있었다.
2005년 터진 `안기부 X파일`사건 당시 이 부회장은 이 회장에게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부회장이 당시 이 회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반려됐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비자금 수사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때와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는 현재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신 성장동력 발굴과 이재용 체제로의 안착이라는 두가지 핵심 임무가 남아 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따라서 설사 이 부회장이 이른바 `총대`를 매야할 상황이 닥친다 하더라도 이 회장의 선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거대한 격랑 속에 휩쓸려가고 있는 삼성이 이번 비자금 의혹사태로 인해 어떤 변화를 맞게될지 주목된다. 김범석 기자 steel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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