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15만 볼트의 전류 흐르는 송전탑에 올라야만 했나
왜 그들은 15만 볼트의 전류 흐르는 송전탑에 올라야만 했나
  • 승인 2011.04.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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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목숨 건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그 이유는

쌍용차, 한진중공업,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직장폐쇄, 무급휴직 등의 조치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한진중공업과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목숨을 건 고공농성이란 극한의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연이어 목숨을 버리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연이은 자살 행렬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크레인 위에서 정리해고 철회 등을 외치고 있지만 사용자와 정부여당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각 사업장마다 고공농성의 장기화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경남지부 지도위원(한진중공업 해고자)은 “크레인에 오르면서 많이 번민했다. 기어코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파업은 곧 죽음이었다”

지난 1월 26일 쌍용차 무급휴직 노조원 임모(44) 씨가 경기도 평택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 씨의 아내가 남편의 정리해고 충격에 우울증에 시달리다 아파트 10층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은 지 10개월 만의 일이다. 그가 유족인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에게 남긴 것은 통장 잔고 4만원과 카드빚 150만원뿐이었다.
쌍용차 창원공장 희망퇴직자였던 조모(37) 씨는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채 차량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씨가 사망한 지 이틀만인 28일에 벌어진 일이다. 조 씨는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발생한 14번째 사망자다. 그에게는 부인과 3살 된 딸, 돌을 앞둔 아들이 있었다.
파업은 곧 ‘죽음’이었다. 무려 14명의 쌍용차 노동자가 죽음 이외의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죽음은 엄연히 ‘사회적 타살’이라는 지적이다. 쌍용차는 부실경영에서 빚어진 책임을 외려 노동자에게 전가해 대량해고를 자행했다. 이에 2009년 노동자들이 저항하자 타협을 통해 무급휴직으로 전환하고 1년 뒤 복직을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정부는 파업 당시 헬기와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살인 진압작전으로 선량한 국민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파업 이후에는 경찰 폭행으로 중상을 입은 노동자들의 건강보험료 지급분까지 환수해 그들이 살아갈 마지막 삶의 끈마저 끊어버렸다.
300명에게 전과자란 낙인을 찍었고 96명을 구속했다. 80억 원이 넘는 손배?가압류와 110억 원의 구상권을 청구해 압박했다. 평택시 또한 쌍용차 노동자에게만 지원이 이뤄질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적은 수입과 농성 과정에서 빚어진 회사 측의 재산 가압류, 해고자라는 사회적 낙인 등 ‘3중고’에 시달린다. 쌍용차 파업과 관련해 사측과 경찰이 조합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전체 손해배상 가압류 금액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재취업도 쉽지 않다. 해고자들은 본인의 전문 기술을 살리지 못하더라도 닥치는 대로 일거리를 찾아 나서지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좌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군다나 ‘쌍용차 해고자’라는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회사에서 다시 불러줄 날만 기다리지만 그것은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희망이 있을 것이란 환상을 심어주며 끊임없이 고통 속에 살게 하는 ‘희망고문’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자살을 택했다”며 “결국 희망이 없다는 것을 죽음으로 확인하는 것이 쌍용차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죽음의 실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퇴직자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농성으로 인한 거액의 소송으로 인한 가압류”라며 “이 때문에 정신적 고통과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얘기했다. 이 실장은 “평택시가 지역 고용촉진을 위해 별도의 지구를 건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고용주들이 쌍용차 출신을 꺼려하고 있다. 결국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12월 쌍용차에서 해고된 박모 씨는 “간헐적으로 막노동을 하면서 2년을 버티다보니 빚만 2000만원으로 늘었다”며 “쌍용차 출신 해고자들은 대부분 대리운전이나 일용직으로 간신히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빚을 지더라도 나중에 다시 갚으면 됐지만 지금은 은행에서 바로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있다. 자녀들의 대학 진학도 연기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혀를 찼다.

김주익 열사 자결했던 크레인 다시 올라

지난 1월 6일 김진숙 위원은 85호 지브크레인에 올라갔다. 김 위원이 농성하고 있는 85호 크레인은 지난 2003년 10월 17일 129일 동안 고공농성을 하던 김주익 당시 지회장이 사측의 불성실 교섭과 노조탄압에 항의해 자결한 곳이다. 김 위원은 “평범치 못한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다. 이번 결단을 앞두고 가장 많이 번민했다. 85호 크레인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공농성이 계속됐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너도나도 크레인에 올랐다. 2월 14일 금속노조부양지부 문철상 지부장, 한진중공업지회 채길용 지회장이 CT-17 타워크레인에 올랐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14일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하고 곧바로 직장폐쇄와 함께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했다. 탄압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금속노조부양지부 문철상 지부장, 정혜금 사무국장, 한진중공업지회 채길용 지회장, 정홍형 조직부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또 250여명의 조합원들을 ‘가택무단침입죄’ 등의 명목으로 고소했고, 소환장이 날아들고 있다. 이뿐 아니다. 채길용 지회장을 비롯한 노조간부 11명을 상대로 51억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현장거점농성에 돌입했다. 거점농성에는 전체 조합원 830여명 중 67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간접부서 인원과 산재자들을 빼면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거점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숙 위원은 “한진중공업이 아무리 회유하고 협박해 분열을 획책해도 우리는 단결한다”며 “노동자의 정과 깡다구로 정리해고 분쇄 투쟁의 마지막 남은 1부 능선을 넘어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해고자들 역시 쌍용차 해고자들과 마찬가지로 생활고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해고자 박모 씨는 작년에 부인과 이혼했다. 생활고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고 금전문제로 고소고발 사건에까지 얽힌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는 유혹에 흔들린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의 희생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연명하다 결국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극단적인 결말을 맺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이대로 간다면 공권력을 투입해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쌍용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15만4000볼트 전류 흐르는 철탑, 목숨 건 농성

지난달 7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강병재 의장이 15만4000볼트 전류가 흐르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송전선 철탑에 올랐다. 강 의장은 7일 새벽 20m 높이의 조선 남문 옆 철탑에 올라가 “비정규직 철폐, 노동자의 삶이 자본가의 이윤보다 더 소중하다”고 쓴 펼침막 2개를 내걸었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소속이었던 강 의장은 산업재해 뒤 치료를 받고 돌아왔지만 그가 소속됐던 하청업체가 폐업을 해 졸지에 해고자가 됐다. 강 의장은 2년 동안 ‘원청업체 고용’ 등을 요구하며 1인 시위 등 투쟁을 계속해온 터다.



고공농성을 벌인지 20일이 지났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이다. 농성은 장기화 될 조짐이다. 송전선 철탑의 고공농성은 일반적인 크레인 고공농성과 다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감전 위험이 높다. 피할 공간이 없다. 강 의장은 휴대폰도 꺼 놓았다. 이전에 철탑에 오른 노동자들은 모두 보름 이상을 버티지 못했다. 지난 20일엔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기도 했지만 무사히 넘겼다.
대우조선노조 심모 씨는 “강 의장이 있는 곳은 15만4000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철탑 위다. 송전선 철탑에 오르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나 하나만 살자고 생각했다면 송전선 철탑보다는 다른 길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강 의장의 의지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장의 장기 고공농성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심 씨는 “문제 해결에 적극이어야 할 회사는 방관적인 입장을 취하며 꼼작도 하지 않고 있다”며 “고공농성이 장기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강 의장의 건강을 살피면서도 회사가 적극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노조는 다양한 전술 변화를 구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2일 보신각 앞에서는 한진중공업과 쌍용차노조,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이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집회와 행사를 열었다. 야권과 시민사회 진영이 노동현안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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