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다 부셔져 찜질방과 자동차 등에서 잠자야 하는 신세”
“집 다 부셔져 찜질방과 자동차 등에서 잠자야 하는 신세”
  • 승인 2011.05.1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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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상태’ 상도4동 재개발 지역에 도대체 무슨 일이?

한동안 잠잠했던 동작구 상도 4동 재개발지역이 다시 시끄럽다. ‘휴전상태’였던 동작구 상도4동 11구역(산 65번지)이 지난 4월 25일 새벽 철거용역들이 강제 기습 철거를 시도하면서 또다시 분쟁 지역으로 돌변한 것이다. 2008년 강제철거 과정에서 적잖은 피해를 입었던 철거민들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또다시 ‘철거 정국’과 마주해야만 했다(<위클리서울> 262호 참조).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 마을공동체 정이 넘쳐나던 상도4동. 그러나 이러한 동네도 탐욕스런 개발의 광풍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해머 들고 새벽에 들이닥쳐

상도4동은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로 200~500만원 수준의 전세금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이웃들의 보금자리였다. 민간개발의 특성상 아무런 보상도, 이주대책도 보장되지 않아 오갈 데 없는 주민들은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동네에 남아 있었다.
2007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기 전만 하더라도 300여 세대가 살던 곳이었지만 불과 4년도 안 돼, 현재 살고 있는 가구는 34가구로 줄어들었다. 마을 원주민의 70%가 강제철거로 인해 강제이주를 당한 상황에서, 지덕사와 세아건설, 조합간의 소송이 벌어지면서 한때 ‘재개발구역지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아무런 주거대책도 없는 철거민들은 폐허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왔다. 특히 동작구청은 세입자 철거민들의 주거대책 마련 요구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주택재개발지역’도 아니고 아직은 ‘철거민’도 아니라며 대책마련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철거업체 직원들의 폭력 등으로 겁에 질린 주민 대부분은 이주비용 100여 만원을 받고 이곳을 떠났다. 현재 70여 채의 집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철거됐다.



이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34채. 그리고 지난 4월 25일, 2008년에 이어 또다시 강제철거가 시작됐다. 새벽 3시경 시행사인 세아건설이 고용한 800여명의 철거용역이 투입됐다. 이들은 명도집행을 근거로 지역 일대를 장악했다. 주민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며 철거를 단행했다. 명도집행 공문과 집행관조차 대동하지 않는 용역업체 직원들로만 이루어진 강제퇴거 행위였다.
다행이 이번 강제철거 과정에서는 2008년과 같이 철거민들의 심각한 부상은 없었다. 그러나 이날 철거용역들은 34채에 들어 있는 집기를 모두 대형트럭에 실어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고, 철거민들의 집은 해머로 부셔버렸다. 벽과 문, 화장실 등이 부셔진 상황에서 철거민들은 찜질방, 자동차 등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도4동 고정득 철거민대책위원장은 “새벽 3시에 사람이 자고 있는 집에 용역깡패 수십 명이 들이닥쳐 ‘오함마(대형망치)’로 내리쳐서 집을 다 부셨다”며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고 격앙했다.



고 위원장은 또 “4월초부터 용역들이 철거하러 온다고 협박해 하루도 두 발을 뻗고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날 용역들이 800명 넘게 몰려왔다”며 “용역들이 아예 집 자체를 주저 앉혀버렸다”고 토로했다
고 위원장은 “이 모든 것은 건설사와 조합, 동작구청의 합작품”이라며 “주택 재개발에 의한 세입자 주거대책(주거이전비, 임대주택 입주권) 제공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 사업체인 세아건설이 지주인 지덕사와 재개발 추진위 임원, 동작구청 공무원과 서로 합작해 민간 개발방식인 ‘조합주택’ 방식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건설사가 뇌물을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곳에서 24년째 살고 있는 주민 김영희 씨는 “25일 새벽 3시에 용역깡패들 20명이 우리집으로 몰려와 ‘부셔’라고 고함을 지르며 오함마로 내리찍었다”며 “너무 무서워서 반항하지도 못하고 집을 부수는 장면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석면 노출에도 무작위 철거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석면 슬레이트에 대한 안전한 처리 작업조차 없이 막무가내 철거가 이루어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재개발지역 철거과정에서 심각한 주민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석면은 1급 발암 물질로서, 석면실태조사를 통한 허가 절차를 거쳐 안전하게 처리돼야 함에도 세아건설이 고용한 철거용역업체는 아무런 안전장비조차 없이 무작위 철거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주민 박모 씨는 “석면작업은 안전장비를 갖춘 전문인력들이 안전하게 해야 하는데, 이번 철거에서는 일반 용역직원이 안전모 하나만 쓰고 무작위로 석면 철거작업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철거민들은 강제철거로 인해 석면에 노출되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당시 석면 슬레이트에 대한 안전한 처리 작업 없이 막무가내 철거가 이뤄졌다”며 “특히 건설업체 측은 노동부 관악지청 석면감독관이 ‘철거 중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계속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사람이 석면을 마시면 암과 진폐증이 걸릴 우려가 생기며 공기 중으로 방출된 석면은 재개발 지역뿐 아니라 인근 아파트와 주택으로도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 위원장은 “용역깡패가 난무하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집이 부셔지는 상황에서도 ‘철거민’조차 아니라며 외면하는 동작구청을 어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며 “가난하지만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 우리를 내쫓아놓고, 이제 와서 외면하는 동작구청장은 누구를 위한 구청장인가”라고 성토했다.

“사례 찾아 힘든 불법선거”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명도집행 및 강제철거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동작구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론 사무국장은 “새벽 3시반 경 부터 집행을 개시한 것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불법행위”라며 “또한 강제퇴거와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석면 철거과정에 대해 동작구청은 분명한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4월 8일부터 15일까지는 서울시와 노동부, 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하는 ‘서울시 재개발지역 합동조사’ 기간이었다. 재개발지역 석면환경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기간이었음에도 동작구청은 불법적인 석면철거를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최 국장은 “또한 쫓겨나고 방치된 세입자들에 대한 주거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애초의 개발계획이 공공차원에서 진행된 만큼, 지역 원주민인 세입자에 대한 대책마련은 공공의 당연한 책무인 것”이라며 “이러한 책임을 방기하고 민간에게만 떠넘기며 외면하는 것은 이전의 소문처럼 뇌물만 떨어지기를 바라는 파렴치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행히 이번 강제퇴거와 철거과정에서 용역깡패의 폭력에 의한 주민들의 심각한 부상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지난 2008년 이곳에서 벌어진 극한 폭력의 현실을 주민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만약 동작구청이 또 다시 책임 방기로 일관한다면,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동작구 당원협의회장은 “2009년 1월 20일 발행한 용산참사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을 개발의 광풍에 몰아놓고도 ‘떼잡이’라고 외면한, 용산구청에 1차적 책임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상도 4동 철거민들과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동작구청의 재발방지 대책과 철거민 주거대책의 수립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쪽에서 건설업체들이 석면을 날려가며 폭력적인 철거가 진행돼서 아비규환 상태인데 관할 동작구청은 무얼 하고 있느냐”며 “문충실 동작구청장과 구청 환경관리과가 나서서 불법 폭력철거를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사회 철거 문제가 재점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동작구청, 시행사 등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지고 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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