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진실... 난 왜 쫓겨나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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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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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부채 조작 의혹 일파만파

2009년 5월 2600여명의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쌍용차 사태, 최근 정리해고 합리화를 위해 고의적으로 부실을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해고 사태 당시 사측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해고가 불가피했다고 밝혔지만,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속노조법률원에 따르면 사측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건물, 구축물, 공장 설비 등의 평가액을 낮추는 방법으로 부채비율을 3개월 만에 168%에서 561%로 끌어올렸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5월부터 8월까지 약 76일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 단행에 반발해 쌍용자동차의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22명의 해고노동자 및 가족의 자살과 돌연사, 해고노동자 가정의 붕괴, 서울 대한문에 마련된 피해자 가족 분향소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 등이 이어지면서 각계의 우려가 크다. 시민사회는 19대 국회에서 당장 청문회를 열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회계장부 조작으로 정리해고 필요요건을 조작했다는 의혹 등을 청문회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채비율 187%에서 561%로 조작”

쌍용차는 2009년 2646명의 노동자들을 해고시켰다. 그리고 지난 3년간 22명의 노동자 및 그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남아있는 자들은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온 몸으로 겪어 왔다. 새 삶을 시작해 보려는 의지는 ‘파업 노동자’라는 딱지 앞에 무력했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왜 내가 회사에서 쫓겨나야 했는지’,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측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해고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부채비율이 561%에 이르고, 당기순손실이 7000억원에 이른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당장 현금이 없어 임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타 업체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거나 생산성 역시 뒤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물론 그 책임을 노동자들이 모두 떠안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리해고를 합리화하기 위해 회사가 부실을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애초에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법률원 김태욱 변호사에 따르면 사측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건물, 구축물, 공장 설비 등의 평가액을 낮추는 방법을 사용했다. (손상차손 과다계상) 그 차액은 5177억원에 달한다. 같은 시기 타사의 손상차손은 르노삼성 21억, GM대우 28억, 현대차 0원이었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손상차손이 과다하게 계상되지 않았다면 실제 부채비율은 561%에서 187%로 감소하게 된다. 이는 눈에 띄는 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9월말 쌍용차의 부채비율은 168%였다. 당시 기아차는 178%, GM대우는 184%였다”며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는데, 2008년 말을 기준으로 작성된 보고서에서 이 수치는 불과 3개월 만에 168%에서 561%로 훌쩍 뛰어오른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작성된 수치들은 회사 측에 의해 정리해고의 근거로 이용됐다. 사측이 이를 의도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다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회계기준상 손상차손은 회수가능액과 장부금액을 비교해서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 보다 낮을 경우 산출을 한다. 회수가능액은 순매각가치(감정에 의한 시장가치, 즉 시가와 사용가치) 중에 큰 금액을 말한다. 문제는 순매각가치가 얼마인지 산정을 안 해보고 바로 사용가치를 기준으로 회수가능액을 보고, 그걸 장부금액과 비교했다는 점에 있다. 김 변호사는 “사용가치 만으로는 회수가능액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순매각가치를 고려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그게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두 사용가치 자체도 부당하게 계상됐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2008년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이 5177억 가량으로 전년도 69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건물, 구축물, 기계장치(생산설비) 등에 큰 손상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과도한 손상차손이 잡힌 것”이라며 “당시 생산·판매되던 차종들의 단종 시점을 지나치게 빠르게 추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상차손이 과다하게 계상되지 않았다면 실제 부채비율은 561%에서 187%로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의적으로 보여”

그는 이어 이 같은 계산이 부당할 뿐만 아니라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수치가 과다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위법하다는 문제가 있다. 위법하다는 이야기는 정해진 기업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작성됐다는 것”이라며 “그런 정도의 회계법인이 기준에 따라 작성하지 않았다면 그건 고의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쌍용차 정리해고 판결에서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는 법원의 판결 근거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회계법인들이 일종의 권위를 독점하면서, 일종의 지식권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법원 판사들도 내용을 잘 모른다. 조사위원들이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법원이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회생절차 관련 워크숍 같은 데서 나오는 얘길 보면, 조사위원들이 채무자(회생 대상이 되는 회사)랑 짜고 회사의 부실을 부풀려서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판사들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또 다른 회계법인에서 나온 어떤 반대의견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선 쌍용차의 외감법과 채무자회생법 위반으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 변호사는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도 이상의 문제와 연계돼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나 검찰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해고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부당할 뿐만 아니라 위법하기 때문에 1심 판단을 잘 못했다고 생각하고, 1심을 뒤엎는 판결을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속 이행은 청문회 개최로부터 시작될 것”

시민사회는 19대 국회가 쌍용차 청문회 개최를 최우선적 과제로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는 “청문회를 통해 회계장부 조작으로 정리해고 필요 요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조사해야 하며, 노사합의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사측에 대한 진상조사 역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19대 국회 개원 시기 시민사회가 쌍용차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기하는 것은 쌍용차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2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쌍용차 청문회를 통해 22명의 죽음과 쌍용차 사태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가 면밀히 확인돼야 한다”며 “쌍용차 사측 역시 정리해고에 대한 정당성 여부와 사회적 책임 이행의 측면에서 청문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고용노동부에 쌍용차 노사합의 불이행 관련 공개 질의서를 발송한 상태이고 쌍용차문제에 있어 다른 사회단체들과 협의해 각 당 대표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6월 20일 쌍용차 문제와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모든 정당이 민생과 고용안정을 약속했고, 그 약속 이행은 쌍용차 청문회 개최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쌍용차 사태에 대한 청문회 과정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사회적 책임을 묻는 과정임과 동시에 정리해고와 같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책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월초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엔 지금까지 문화계, 시민사회, 종교계 등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 만화가 박재동, 시인 송경동, 소설가 공지영 등 문화예술인에서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센델 교수(하버드대 철학과)까지 분향소를 찾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공지영 씨는 쌍용차 사태와 관련한 저서를 집필중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4일엔 경찰이 기습적인 분향소 철거에 나서기도 해 이후 경찰과 시민사회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분향소는 복구된 상황이지만, 공권력의 불법침탈 재발 우려가 커지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창근 와락 팀장(전 쌍용차 홍보부장)은 “이번 철거가 일사분란하게 진행된 점, 지금까지 물품에 대한 반환이나 사과가 없다는 점은 이 같은 일이 재발할 개연성이 있다”며 “검찰 고소를 통해 법의 이름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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