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원했던 정규직... 기간제 비정규직이었던 때보다 열악해”
“그토록 원했던 정규직... 기간제 비정규직이었던 때보다 열악해”
  • 승인 2014.02.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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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여승무원들의 투쟁 승리... 이어진 ‘코레일의 복수’

한때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 있다. 지난 2006년 KTX 여승무원들이 철도산업 외주화에 따른 대량 정리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에 돌입하면서부터다. 철탑 농성 등 3년간의 극한의 저항으로 여승무원들은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냈다.

이후 현재까지 KTX 여승무원들은 ‘코레일관광개발(주)’라는 철도공사 자회사의 직원이 돼 있다. 철도공사의 기간제 비정규직이었던 승무원들은 ‘코레일관광개발’로 이적하며 그토록 바랐던 정규직이 된 것이다.

하지만 KTX 여승무원들은 8년 전의 비정규직 신분보다 더욱 끔찍한 노동조건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임금은 물론이고, 차별과 탄압, 과도한 모니터링 등 정신적인 고통에도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TX승무원의 두 번째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현장증언 및 간담회’에 참석한 여승무원들은 비정규직만도 못한 노동조건에 놓여있었다. 승무원 이정민 씨는 “2006년 파업 이후 내 승무원으로서의 삶은 마치 고등학교에 재입학한 것 같다. 그러나 이곳은 그만두지 않는 이상 졸업할 수 없는 곳”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씨는 “매주 2회 두발 검사, 손톱 검사, 구두 검사, 귀걸이 검사, 메이크업 검사 등이 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있고, 평가에 들어가는 봉사활동도 있다”며 “담임선생님 역할을 하는 팀장도 있어 잘 보여야 승진할 수 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 역할을 하는 지사장에게 찍히게 되면 이 또한 도루묵”이라고 토로했다.

마음대로 머리도 자를 수 없다. ‘탈모’라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해 팀장 허락을 받아야만 단발로 머리를 자를 수 있다. 철도와 항공사 등을 통틀어 바지 착용을 금지하는 것도 KTX여승무원들이 유일하다. 게다가 회사는 ‘고객 응대시 눈높이 맞춤서비스’를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속옷이 보이는 자세로 ‘무릎서비스’를 강요한다. 모니터링 결과에 반영되는 일이라 거부할 수도 없다.

승무원들을 가장 극단으로 내모는 것은 단연 ‘장시간 노동’이다. 철도공사는 직접 고용 승무원의 노동시간 기준과는 다른, 장시간 변형 근로 방식을 KTX승무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김영준 철도노조 국장은 “주 40시간 근무하는 일반 회사원의 출근 후 퇴근까지의 구속시간이 월 평균 186시간인데 반해 KTX여승무원의 경우 출근부터 퇴근까지 시간 합계가 월 232시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32시간은 기본근무만 해당하는 시간이다. 회사는 ‘휴일 선충당’이라는 이름으로 본인 동의 없이 매월 추가로 1~2일의 휴일근무를 추가로 강제한다. 이렇게 되면 승무원들은 월 250이상, 주당 최대 60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게 되는 셈이다. 자소속에서 숙박을 하면서 2차례 왕복 근무를 해야 하는 일명 ‘투투’나 ‘쓰리원’ 등의 변형 근로 형태도 월 3~5회 정도 이어진다. 비상대기조도 없어 수시로 근무시간 변경을 문자로 고지한다.

이정민 씨는 임시열사 충당을 거부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남편이 출장을 가는 통에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이틀간 휴가를 냈다. 하지만 휴가는 하루만 받아들여졌고, 나머지 하루는 오전 10시 30분 출근이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파트장으로부터 ‘임시열차 발생으로 스케줄이 오전 5시 30분으로 변경됐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회사 측에 사정을 해 봤으나 돌아오는 것은 ‘개인 사정은 들어줄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이 씨는 “동의 없이 출근시간을 바꾸는 것이 취업규칙과 우리회사 사규에 어긋나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고, 원래 출근시간인 10시 30분에 출근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회사는 편법적인 대기근무지정을 요구하는 문자를 발송했고, 이 씨는 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밴드를 만들었다.

이 씨는 “이후 임시열차 충당근무를 거부하고, 카카오톡과 밴드 등에 글을 올려 임시 충당 거부 등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 회부되어, 작년 5월 10일 해고됐다”며 “이후 재심 청구를 통해 직급이 낮아지는 강등의 징계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과도한 모니터링과 감정노동 강요 역시 승무원들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승무원 이혜민 씨는 “감정 노동자이기에 스마일 증후군이 생길 정도로 의무적으로 웃는 우리에게 ‘모니터링’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도가 있다”며 “이 모니터링은 1년 내내, 매일매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시행을 한다지만, 모니터링의 표적이 되는 직원은 따로 있다. 이 씨는 “한 달에 2번 씩 모니터링 대상이 되는 승무원이 있는가 하면 2달이 되도 3달이 되도록 한 번도 모니터링 대상이 되지 않는 승무원도 더러 있다”고 밝혔다.

징계를 받은 이 씨의 경우 표적 모니터링에 시달리고 있다. 이 씨는 “징계를 받고 근무하는 중에는 표적 모니터링으로 의심되는 모니터링을 당해 경고장도 발부됐다”며 “보통 모니터링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대이지만, 저는 밤 11시에도 모니터링을 당했다. 명절 기간에도 나에게 모니터링이 이뤄졌는데 저평가의 이유는 대부분 ‘웃지 않음’ 이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모니터링 점수가 3번 연속 90점 미만일 경우, 서비스 삼진 아웃제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승무원에게 치근덕대던 한 승객이, 이를 거절한 승무원에게 보복성 민원을 넣은 일도 발생했다. 이혜민 씨는 “승무원들은 이 민원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또한 회사는 당시 이동을 하던 승무원들이 특실 빈 좌석에 앉았다며 특실 빈 좌석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지사항도 공유했다”고 밝혔다.

김영준 국장은 “철도공사는 2006년 기간제 비정규직이던 KTX 승무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고용이나 노동조건 등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KTX 승무원의 노동조건은 오히려 2006년 이전 기간제 비정규직이었던 때보다도 열악해졌다”고 설명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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