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약과 노조 내부 한계 넘는 새로운 사내하청 폐지 운동 벌여야"
"현장 제약과 노조 내부 한계 넘는 새로운 사내하청 폐지 운동 벌여야"
  • 공민재 기자
  • 승인 2014.10.24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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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길 잃은 '정규직 전환 투쟁'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했다. 사실상 현대차 전 공정에서 불법파견이 이뤄졌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지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그런데 법원의 정규직 전환 판결은 이행되지 않았고, 항소를 제기한 회사는 8.18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에 따라 특별채용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8.18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울산비정규직지회는 판결 이후 내부 조직화 사업에 나섰지만, 불법파견 문제를 사회적 투쟁으로 확산시키진 못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정규직전환 투쟁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투쟁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투쟁 공동대책위원회(현대차 공대위)’는 지난 23일 민주노총에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전환 투쟁,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새로운 투쟁전선을 만들기 위한 과제들을 논의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2010년 25일간의 CTS점거 파업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요구가 점점 후퇴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이용덕 현대차 공대위 활동가는 “2010년 투쟁이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막을 내리면서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약해졌다. 이것은 요구안의 후퇴로 표현됐는데,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중심으로 한 8대 요구는 생산하도급 전체 정규직화로 축소됐다. 이에 제동을 거는 활동가들은 거의 없었다”며 “그 이후에도 후퇴는 계속 돼, 조합원이 정규직화 되면 그걸로 된다는 생각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결국엔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로 표현되는 계급적 요구를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울산, 아산 전주 비정규직 3지회는 분열했고, 울산을 제외한 아산과 전주 비정규직노조는 회사와 8.18 합의를 체결하며 불법파견 투쟁을 중단했다. 논란이 일었지만 아산, 전주 비정규직지회와 현대차정규직지부, 현대차 사측은 판결 이후에도 8.18합의를 이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8.18합의가 사내하청 전원 정규직 인정 판결과 현장 투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것.

최병승 현대차정규직지부 조합원은 “법원 판결 이후 ‘8.18합의 폐기’가 아닌, ‘8.18 합의 존중과 적극적 이행’이 대세를 이뤘다. 이는 8.18합의에 대한 전선을 제대로 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태도가 명확했다면 울산지회에 대한 내부적 갈등을 봉합하고, 빠르게 조직화로 전환할 수 있었다”며 “심지어 기아차에서도 10월 15일, ‘특별교섭 회의록’을 작성해 9월 25일 법원 판결 자체를 뒤집는 합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서는 8.18합의에 대한 태도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8.18합의가 불법파견 투쟁을 파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묵인하고 침묵한다면 투쟁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8.18합의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대단위 세력으로 묶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이 법적 소송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용덕 활동가는 “공대위 회의에서 권영국 민변 변호사가 ‘판결이행’을 노조 요구로 내걸고 투쟁하는 것은 노동운동 역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조는 소송 이외에는 다른 전망을 찾지 못하는 상황으로까지 밀렸다”며 “단지 법원 단결 이행 요구에 머문다면, 소송자와 비소송자의 분열을 낳게 된다. 불법파견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법원 판결 이행 요구는 전체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단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설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노조의 협상 의제나 수준, 투쟁이 후퇴한 것에는 문제가 있지만, 지회 요구안이 후퇴됐다는 것을 중심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규직지부 양보 압박 문제와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법원 판결 이후 울산비정규직지회가 집단조직화를 선언했지만 초기 대응이 늦어서 기회를 많이 놓쳤다. 노조가입 전제조건의 문턱을 높인 것도 적절치 않았다. 사측의 울산지회 고립 정책에 맞서 폭넓은 단결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가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제약이나 노조 내부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사내하청 폐지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사내하청 사용금지 운동본부’를 제안했다. 정규직 노조가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비정규직 노조도 이를 뛰어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사회와 현장 활동가들이 사내하청 제도를 없애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 금속노조 제공


‘사내하청 사용금지 운동본부’는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지원, 연대하는 동시에 불법파견 소송이 진행 중인 자동차 4사와 현대제철, 금호타이어, 포스코, 삼성전자서비스 등과의 공동 사업 및 투쟁을 이어가게 된다. 아울러 박점규 집행위원은 내년 1월 사내하청 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이후 공동파업을 위한 현장을 조직해 6월 경 ‘사내하청 없애기’ 공동파업에 돌입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병승 조합원도 각 사업장 및 비정규직 주체들이 사내하도급 폐지를 위한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투쟁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울산비정규직지회가 내부적인 조직력을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다. 지회가 자기조직 정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엄호해 줄 수 있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지회가 고립되지 않도록 어떤 진영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노사협의를 한 사업장은 내부투쟁을 강화하고, 현대제철, 금호타이어, 한국지엠, 위아,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등 아직 노사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사업장은 ‘사내하도급 폐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핵심 목표로 전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결국 내년도 6월 말~7월 초 경 사내하청 총파업을 시작으로, 금속노조 총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현장조직화, 사내하청네트워크를 동시에 구축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도 ‘사내하청 총파업’을 제안했다. 그는 “사내하청 총파업에 대해 뜬구름 잡는 소리 아니냐고 할 지 모르지만, 지금은 뜬 구름을 잡아야 할 때다. 법원 판결대로만 따라 간다면 노조를 할 이유가 없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사업장, 그리고 수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에서 전망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 길을 열지 않으면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열리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아울러 “단순한 불법파견 투쟁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가시화된다면 자연스럽게 여타의 비정규직 사업장 노동자들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2016년 4월까지 선거가 없어 야권연대의 수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기다. 내년이 사회적 연대를 구성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강조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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