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이 나라의 근본이요, 밥이 곧 백성의 하늘이거늘”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요, 밥이 곧 백성의 하늘이거늘”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06.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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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1회

국민의 먹을거리가 대자본식 영농과 기업화된 축산, 그리고 화학농법에 의해 심각한 지경에 처했다. 안전식품을 위한 생산-유통-소비 질서도 무너졌다. 게다가 정부는 외국 GMO(유전자변형식품) 수입을 부추기고 있다. 유럽과 남미 국가들은 GMO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는 한술 더 떠 학교와 군대 등에까지 GMO 급식을 하고 있다. 소비자 권익과 주권을 위한 정책도 허울뿐이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과 농정당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 닭 쳐다보듯’ 하고 있다.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농업관련 시민사회의 원성이 높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무능한 농정관료들이 추진했던 농정에 대한 개혁 요구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는 여전히 무반응이다.

김대중 정부때 농림부를 이끌었던 김성훈 전 장관(소비자정의센터 고문)은 농민, 농업, 농정 전문가로 고령에도 여전히 바른 먹거리와 바른 농정, 농민의 권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대뜸 세종대왕의 말씀부터 꺼내든다. “‘민유방본 식위민천(民惟邦本 食爲民天)’, 즉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요, 밥이 곧 백성의 하늘이다.”

“지금은 대기업 천민자본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한국도 대자본의 탐욕에 의해 장악된 상태다. 정부기관과 관료들도 자본에 침식당했다. 지금이 소비자 주권과 경제정의를 회복해야 할 때다.”

김 전 장관의 작고하신 부친 또한 농민운동과 깊이 연관돼 있다.

“일본 식민시대 당시에 부친은 순수한 농민-농촌 운동가로 활동했다. 하지만 일본경찰의 감시가 심했다. 결국 농민운동이 독립운동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경찰은 죄목도 없이 강제로 연행했다. 재판을 해도 마땅한 죄명이 없자 그대로 미결수로 가뒀다. 나중에 휴가를 받아 집에 들렀다가 만주지역으로 도주했다.”

부전자전일까. 부친에 이어 2세 농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 전 장관의 얼굴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맑고 밝다. 김 전 장관은 목포출신이다. 아호는 농훈(農薰). ‘농업과 농민의 향기’를 뜻한다. 서울대 농대시절 선배가 지어주었다. 농민운동가이자 농경제학자로서 딱 들어맞는 아호다. 남동생 김성호(72) 씨는 김대중 정부 말기 복지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소비자정의를 올바로 세우는 일이 경제민주화의 첫 걸음”이라고 말하는 김성훈 전 장관을 강남 청담동 한 호텔 커피숍의 정원에서 만났다. GMO 문제와 새 정부의 농업개혁, 소비자 권익, 도시농업 등 농민과 우리 농촌, 농업이 처한 현실을 짚어본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아파트 옥상에서 ‘쿠바 식 상자 도시농업’을 하고 있다.

 

- 요즘 근황을 말해 달라.

▲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방북할 계획이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고문 자격으로 순수한 인도주의 차원에서 말라리아 의약품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연기한 상황이지만 조만간 열리리라 본다. 지난 5월에 소비자정의센터 대표직을 내려놓고 도시농업협회와 장보고글로벌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요즘에는 아파트 옥상에서 ‘쿠바 식 상자 도시농업’을 하고 있다. 넓은 옥상이 나의 텃밭이다. 아파트는 7층짜리이고 나는 503호에 사는데 8층을 옥상텃밭으로 삼아 11년 전부터 시범적이지만 유기농 재배를 시작했다. 그래서 자칭 ‘503 도시농부’다. 수확한 유기농 채소들이라 건강에 아주 좋다. 내 피부가 매끈한 것도 모두 유기농 덕분이다.(웃음) ‘쿠바식’ 농업은 유기농을 말한다. 박스에 유기농 퇴비가 섞인 흙을 넣어 농사를 짓는다. 지금은 박스 한 개에 10만원이다. 처음 시작할 때 후배인 ‘흙살림연구소’ 소장이 박스 당 7만원에 준다고 해서 100박스를 주문했다. 지금은 30개가 남았지만, 옥상면적에 맞춰 쓴다면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도시인에게 운동도 되고 정신건강에도 좋은 웰빙 도시농업을 권하고 싶다. 독일은 비와 바람, 태양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로 성공한 나라다. 빗물을 받아 화장실물로 쓰고 풍력, 태양열을 지혜롭게 활용한 국가다. 또 건물옥상마다 꽃과 나무를 심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에너지절약을 한다. 우리나라도 건물 옥상공간을 방치하지 말고 녹화사업을 해야 할 때다.

 

 

- 나머지 70박스는 왜 없앴나.

▲ 가수 김종환 씨가 우리 아파트 바로 옆집에 산다. 그의 부인이 강원도 홍천 분인데 나의 열렬한 지지자다. 이 분이 아파트 주민들을 설득해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한다. 살다보면 사람이 사는 곳은 잡음이 있기 마련이다. 한번은 장마 때 비가 많이 내려 옥상에 있는 박스의 흙이 장마 빗물에 흘러내려와 아파트 주변이 흙탕물로 뒤범벅됐다. 이 문제로 아파트 부녀회가 반상회를 열어 옥상재배 반대회의를 했다. 애지중지하던 옥상 유기농이 사라질 위기였다. 그래서 꾀를 냈다. 경비원 아저씨를 통해 어느 아주머니가 제일 반대하는지 몰래 정보를 알아냈다. 옥상에서 자란 싱싱한 오이와 상추 등 각종 야채를 바구니에 담아 그 아주머니를 찾아갔다. 직접 키운 유기농 작물인데 먹어보시면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며 건네주었다. 채소를 먹어 본 아주머니는 그 후로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눈치가 보여 박스 70개를 없애고 30개만 활용하고 있다.

 

 

- 3모작까지 한다고 들었다.

▲ 얼마든지 가능하다. 4~5월이 되면 오이와 가지, 상추, 깻잎, 쑥갓 등을 심고 8월 말이면 수확을 한다. 9월초에는 김장 무와 배추를 심어 11월 초에 수확한 뒤 보리와 밀을 심는다. 12월에서 이듬해 봄 4~5월이면 자라나는 보리 싹을 따서 먹을 수 있다. 봄에 올라오는 보리 싹은 비타민 등 영양가가 아주 풍부하다. 이렇게 해서 1년에 세 번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수확기가 되면 채소들을 아파트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주민들도 일을 거들어주는데 원하는 만큼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유기농 채소를 평상시 먹는 음식의 30%만 먹어도 체내의 GMO 성분을 중화시켜 준다. 유기농 채소가 그만큼 건강에 좋다.

 

 

- 옥상에 나무심기 등을 통한 ‘열섬현상’ 해소 방안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안했다.

▲ 이상기후로 한국도 한여름 폭염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열섬현상도 그런 영향 때문이다. 아스팔트 열기와 자동차 배기가스, 건물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대기 중에 갇혀 찜통현상이 발생한다. 열섬을 잡아주는 식물이 나무다. 특히 가로수를 많이 심어야 한다. 건물옥상의 빈 공간을 정원조성과 나무심기, 유기농재배 등으로 활용하면 어느 정도 열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런 옥상을 카페로도 활용하고 정원으로 가꿀 수도 있다. 도시인들의 정서에도 좋다. 식물이 태양열은 흡수하고 맑은 산소를 내주기 때문에 도시가 한결 시원해진다. 서울시가 도시폭염 대책 세미나를 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원순 시장에게 제안을 하고 싶다. 주택관리법을 개정해서 푸른 옥상 만들기 지원법을 만들면 열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쿠바식 상자 유기농업도 열섬을 막는 방법이다. 나무를 심거나 정원조성을 할 경우 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면 된다. 큰 비용이 아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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