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국내 학자들, 4대강 사업 심판 전문가 목소리 절실하다
침묵하는 국내 학자들, 4대강 사업 심판 전문가 목소리 절실하다
  • 정수근
  • 승인 2017.08.16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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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낙동강의 녹조라떼. 낙동강은 녹조라떼 배양소다.

 

전문가가 사라진 세상

만약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전문가나 학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진실은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 합리적인 설명이나 이해가 없으니 말이다. 전문가 부재 상황 말이다. 비슷한 상황을 맞은 것이 4대강 사업이었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4대강 사업 초기 이 나라에 많은 수질 전문가, 녹조 전문가, 강하천 전문가들이 일제히 “4대강사업은 말이 안 되는 미친 짓이다. 당장 그만 두라!”고 외쳤으면 어땠을까. 만약 이 나라의 교수들이 일제히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비판하면서 정권의 손짓에 고개를 외면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꽤 많은 수의 전문가들이 침묵했다. 대한하천학회 같은 일부 집단이 저항했지만 권력은 강고했고 일사분란했으며 주도면밀하게 나아갔다.

그 결과 4대강엔 16개의 댐이 들어섰다. 그 댐들에 가로막힌 4대강은 매년 초여름이면 맹독성물질 내뿜는 남조류가 대량으로 증식하는 녹조 배양소로 전락해버렸다. 환경당국은 4대강 보 준공 이후 내내 '이상 고온 현상' 운운하면서 보와 녹조의 상관관계를 부인하려 했지만 결국 환경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강물의 정체가 심각한 녹조 현상을 불러온다는 것을 말이다.

 

▲ 어리연꽃이 자란 호수가 된 낙동강에 녹조가 가득 피었다.

 

녹조 현상이 위험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여름철 우점하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맹독성물질을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간에 치명적인 맹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내뿜는 데, 청산가리의 수백 배에 해당하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맹독이다.

이런 맹독성물질이 우리 식수원 낙동강에서 마구 증식을 하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정부는 "녹조가 발생해도 고도정수처리를 거치면 안전한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구에선 맹독성물질이 물고기, 가축, 야생동물 심지어 사람에까지 피해를 입힌 사례가 발견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사태를 진단해줄 전문가나 학자가 부족하다는 거다. 아니 있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4대강 사업 중에 이 사업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낱낱이 고해줄 전문가를 기대했지만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 4대강 사업 이후에는 정부의 연구 결과를 검증해줄 전문가를 기대했지만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문가가 꼭 필요한 때 나서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해마다 낙동강에서 피는 녹조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맹독성물질인 마이크로스시틴 조사를 하고 싶지만, 그 연구를 맡길 만한 전문가가 없다.

 

▲ 녹조라떼로 만든 녹조 기둥 ⓒ 최병성

 

사실 낙동강에서 녹조가 이렇게 심각해도 조사 연구를 환경부 산하 낙동강 물환경연구소만 하고 있다. 낙동강 물환경연구소는 마이크로시스틴 조사에서 이른바 표준공정(녹조가 핀 물속의 독성물질과 조류 속의 독성물질의 총합을 구하는 값)을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조사를 해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미궁 속이다. 밖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민관 합동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크로스체킹을 해줄 전문가나 전문가그룹이 필요하다. 환경단체들에서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작금의 현실을 진단해줄 전문가가 나서질 않았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이전 정부의 그 견고한 기득권 체제가 유지·작동되면서 전문가 집단을 강력히 감시·감독하고 있는 것 아닐까.

 

▲ 마이크로시스틴 불검출의 꼼수. 환경부가 이른바 표준공정으로 마이크로시스틴 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웃지 못할 결과다. ⓒ 물환경정보시스템 캡처

 

이제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환경단체에서 일본 신슈대학 박호동 교수와 구마모토보건대학의 다키하시 토루 교수를 만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두 교수는 일본 현지의 녹조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이고, 한국에도 자주 들른다. 한국의 녹조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이들은 지난 2015년 9월 낙동강 녹조를 채수했는데, 여기서 먹는 물 기준치(who의 일일 허용 기준치는 1ppb)의 434배나 되는 엄청난 수치의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올해도 국내 학자를 찾지 못한 환경단체에서는 이들에게 낙동강 시료 분석을 의뢰해야만 했다. 이 땅의 문제를 가까이 있는 학자들에게 맡기지 못하고 타국의 학자들에게 맡겨야만 하는 현실이 아프다.

 

▲ 비슷한 시기에 박호동 교수팀이 조사한 독성물질의 값이다. 무려 40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이런 결과에 대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게다가 이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은 조직이 견고해 끓여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마이크로시스틴이 멀리까지 이동하고, 어류에도 전이가 되고, 심지어 녹조가 뜬 물에 농사 지은 농작물에까지 전이가 된다고 설명한다. 먹이사슬의 최종단계에 있는 인간에게도 치명적이란 주장이다.

지금 낙동강이 맹독성물질로 들끓고 있다. 낙동강은 영남인 1300만의 식수원이다. 식수원부터 살려 놓일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소위 전문가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이제는 나설 차례다. 전문가가 제 목소리를 내야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 무서울 게 무엇이 인가. 전문가들이여, 어서 일어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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