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위험 공포증 만연, 근본문제는 ‘법과 시스템’”
“안전⋅위험 공포증 만연, 근본문제는 ‘법과 시스템’”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09.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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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1회

부실한 산업안전 체계와 유독성 화학물질오염이 심각하다. 시중에 범람하는 중국산 카드뮴낙지와 방부제 김치, 살충제 등에 대한 당국의 잔류농약-세균검사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조류독감(AI)과 맥도날드 햄버거병, 살충제달걀, 생리대 독성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태도도 불신을 키웠다. 도를 넘은 정부와 기업들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가 위험사회 증폭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우리사회가 ‘세이프티 포비아’(Safety Phobia, 안전공포증)와 ‘케미컬 포비아’(Chemical Phobia, 화학물질공포증) 증후군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특히 유독성 화학물질의 경우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되었고 위험성도 점차 대중화, 고도화되는 추세다. 가습기살균제와 살충제달걀, 유해물질 생리대 사태는 모두 생활독성물질이 원인이다. 중국은 ‘푸드 포비아’(Food Phobia, 식품공포증)의 주범이다. 중국산 납꽃게와 말라카이트 그린 장어, 기생충 알 김치, 멜라민 분유 파동은 2000년대 우리사회를 한바탕 뒤흔들어놓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화학물질이나 중금속 등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의 사용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수입수산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가장 큰 우려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수입되고 있는 일본산 수산물이다. 일본은 한술 더 떠 ‘후쿠시마 산 방사능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문제로 2015년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오는 10~11월 최종판결이 난다. 한국이 패소할 경우 수입이 재개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 센터장은 “모든 안전사고의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며 “우리의 현행 수입식품 검사기술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법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는 만큼 사고위험도 급증하고 있다는 안 센터장은 오랫동안 언론에서 보건-의약 전문기자로 활약한 국내 최초의 언론인 출신 보건학 박사다. 그는 ‘위험 증폭 사회’, ‘조용한 시한폭탄 석면공해’ 등 많은 저술을 통해 오래전부터 안전 문제를 경고해왔다. 따지고 보면 안전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와 불가분의 ‘넥서스’(Nexus) 관계다. 안전전문가 안종주 센터장을 만나 ‘안전 불감증’에 걸린 우리사회의 모습과 산업재해, GMO, 석면, 전자파, 원전 문제 등을 짚어봤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우리사회가 ‘재난-안전’에 너무 둔감하다. 

▲ 과학기술과 산업발달이 사회위험을 어느 정도 줄인 반면에 또 다른 재앙을 만들었다. 3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산업재해와 모든 분야에서 안전사고 위험의 증가속도도 그만큼 빨랐다. 특히 자연재해와 전염병 등 전통적 위험요소와 기술발전, 신 화학물질증가,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인간성 상실 등 다양한 위험들이 복합돼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사회는 ‘위험증폭사회’로 안착해버렸다. 1989년 삼양라면 우지파동과 2011년 경북 칠곡 고엽제 불법매립, 2012년 구미 불산 가스누출, 농심라면 발암물질파동, 가습기살균제, 삼성전자 백혈병사건, 살충제달걀, 생리대 문제 등에서 보듯이 재난은 일상적으로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문제는 이런 재난이 반복되어도 반성이 없다는 것이다. 안전 감각이 너무 무디다. 무관심도 일종의 병이다.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고 ‘위험요소’는 갈수록 농축되고 압축되어 언제 터질지 모른다. 미래의 ‘위험제거’나 ‘위험탈출’도 불가능하다. 개인의 힘으로는 막기 어렵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안전에 대해 다룬 책 ‘위험증폭사회’는 어떤 내용인가.

▲ 1980년대 이후 산업화시대에 발생했던 환경-보건 사건들을 조목조목 다뤘다. 국토와 국민건강을 오염시켜온 각종 독성화학물질의 폐해들을 집중 조명했다. 일상에서 신경을 쓰지 않았던 안전 문제, 위험의 실체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와 요령, 위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위험관리기관과 전문가-일반대중 간 소통의 중요성을 다루었다. 현대사회의 주요 위험요소인 산업재해도 문제지만, 중금속중독, 석면질환, 방사능오염, 자살 등의 문제가 OECD 국가중 1위임에도 불구하고 안전 불감증에 대한 인식은 저조하다. 나는 한국사회에 대한 안전경고를 오래전부터 알려왔다. 그럼에도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국가는 사고가 나면 진상파악은 제쳐두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데 급급했다.

 

- 산업화 당시 직업병 문제도 심각하지 않았나.  

▲ 1988년 ‘조용한 시한폭탄 석면질환’이라는 책을 최초로 냈는데, 특히 석면으로 인한 피해 실태에 대해 다뤘다. 당시에는 ‘악성 중피종’ 질환이 대부분이었다. 석면이 원인이었다. 1993년 제일화학 석면방직공장 노동자 수십 명이 이 병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1988년에 있었던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직업병 사태는 산업보건환경의 위험성에 대한 심각한 경고였다. 지난 2008년 충남 홍성의 석면광산 노동자들도 석면질환에 걸렸는데 지역주민들도 유사한 증세를 보였다.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2009년 여성 화운데이션(기초화장품)과 일반화장품에서 ‘탈크’(Talc, 활석) 석면검출 사건을 접한 KBS가 심층보도하면서 크게 이슈화됐다. 석면질환의 역사는 오래됐다. 일제시대에 전국의 석면광산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광부로 일했다. 그때 일했던 광산노동자들이 해방이후 1960년대 무렵부터 폐질환 악화로 세상을 떴다. 석면폐해를 모르던 시기였고 주로 폐병-결핵환자로 나타났다. 현대의학으로 보면 석면으로 인한 암(癌)이나 석면폐증(石綿肺症)일 가능성이 크다.

 

- ‘기업친화-규제철폐’ 정책들이 안전사회의 발목을 잡은 건 아닌가.

▲ 아무래도 중소기업보다는 삼성 등 대기업이 법 개정저지를 위해 로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1년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유럽과 비슷한 형태의 화학물질평가와 등록 법을 만들었지만 로비에 의해 2년간 유예했다가 2015년에야 시행됐다. 유해화학물질이 어떻게 쓰였는지 과정과 실태 파악도 중요하다. 그런 때에 법이 완성되지 못했다.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을 유통시켰던 LG와 SK, 삼성 등 대기업들은 경제총연합회와 전경련을 앞세워 기업에 유리한 법안을 제정하려 강하게 정부를 압박했다. 여러 정권을 거치는 동안에도 안전법이 개정되지 못하다가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다시 보완하려는 움직임이다. 기업은 시민건강보다 이윤을 먼저 챙기는 집단이다. 화학물질 등 안전 분야 법을 규제하면 할수록 기업의 안전투자비용이 증가한다. 독성안전시험비용과 인건비, 관련시설투자 등이 그렇다. 반대로 기업 친화적이거나 규제를 완화해 버리면 환경과 시민건강이 위험해진다. 최근에 축산농가에서 일어난 살충제달걀 사태도 당국이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관리와 감시를 해야 했지만, 너무 빡세게 추진하게 되면 축산농가의 비용부담이 늘고, 달걀 값 상승을 초래한다. 그러나 국민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법적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 사회적 안전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 의식이 낮다.

▲ 무엇보다 기업에 사전 위험요소를 제거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안전사고가 나면 기업이 도저히 버텨내지 못할 정도로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문제가 생기면 망한다는 걸 알도록 해야 했음에도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기업에게 추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 2016년에 있었던 ‘존슨앤존슨’ 사가 판매하던 ‘베이비파우더 난소암 발병’ 소송에서 620억 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것이 한 예다. 우리나라도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옥시 측이 10억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보통 산재사망의 경우 3억 원 수준이지만 이번 판결은 보기 드문 사례다.

 

-다시 한 번 짚어보자. 석면, 어떤 물질인가.

▲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암연구소가 분류한 발암물질 그룹을 살펴보면, 먼저 ‘Group1’은 인체발암물질을 뜻한다. ‘Group 2A’는 인체발암추정물질, ‘Group 2B’는 인체발암가능물질로 나눈다. 인체발암물질군인 ‘Group1’은 석면이나 햇빛, 자외선, 방사선, 벤젠, 니켈, 카드뮴 등은 논쟁의 여지없이 각종 암을 유발하는 100% 최고 유해물질이다. 발암추정물질군인 ‘Group 2A’는 다소 제한적인 물질에 속한다. 동물인 쥐를 통해 실험을 한다. ‘Group 2B’의 경우는 사람과 동물을 통한 실험을 하며 제한적인 물질이다. 석면은 발암성이 입증된 1급 발암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그 종류만 100종이 넘는다. B형 간염바이러스와 흡연, 간접흡연도 1군 발암물질에 해당된다. 카드뮴, 니켈, 크롬 등 중금속도 이에 속한다. 환경부의 공식적인 석면질환자 통계도 없다. 건강한 사람도 폐 1그램당 몇 십만 개의 석면이 검출된다. 석면 양이 많으면 암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정부가 위험 발암물질로 분류하지 않았던 석면을 위험물질로 빨리 정했다면 석면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2회로 이어집니다.>

 

 

안종주 센터장은…

프로필 :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나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환경보건 및 환경보건학 석사,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일제당연구소 유전공학연구원을 거쳐 1983년 서울신문기자로 출발해, 1988~2004년까지 한겨레신문에서 사회부장, 보건복지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서강대 대학원 강사, 남서울대, 삼육대 대학원 등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 녹색건강연대 공동대표,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 전국석면추방네트워크 자문위원 활동을 역임했다.

저서 : 조용한 시한폭탄 석면공해 / 에이즈 X파일 /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 / 인간복제 그 빛과 그림자 / 석면 : 침묵의 살인자 / 위험증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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