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주 기자 /  4명이 숨진 화성시 메타폴리스 화재는 무자격 업체에 공사를 발주한 것부터 허술한 안전관리, 이를 점검해야 할 소방점검 업체의 묵인까지 빚어낸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으로 조사됐다.

화성동부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정 모(45·메타폴리스 관리업체)씨 등 5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임 모(41·메타폴리스 관리업체)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또 관리업체와 철거 작업을 했던 공사업체, 방재업무를 담당한 방재업체 등 3개 법인도 형사입건했다.
 

입건된 이들 가운데 관리업체 직원 3명 중 2명이, 공사업체 4명 중 1명, 방재업체 4명 중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공사업체 현장소장 이 모(62)씨와 용단 작업자 정 모(49)씨도 불구속 입건됐지만 숨졌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이들은 지난달 4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B블럭 상가건물 3층 뽀로로파크 철거 현장에서 난 불로 4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던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사업체는 화재 위험이 큰 용단 작업을 하면서 사고 예방을 위해 방화포를 덮거나 비산방지조치를 하지 않고 소방시설 설치 자격도 없이 작업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메타폴리스 관리를 위탁받은 업체는 공사업체의 무자격 사실을 알면서도 신규 입점업체의 입주를 위해 공사를 발주했고 공사 과정에서 모든 구획의 수신기 등 소방시설이 차단된 사실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관리업체로부터 방재와 주차, 미화 등 건물의 전반적인 시설관리를 위탁받은 방재업체는 무자격 업체인 공사업체의 요청을 받고 불이 난 3층의 스프링클러 배관 내 물을 모두 빼고 알람 밸브를 차단했다. 공사업체의 철거 작업 과정에서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는 사실을 알고도 시정 조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상·하반기 소방점검을 한 뒤 소방당국에 점검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소방점검 업체 소속 직원 남 모(66)씨는 소방시설이 정지된 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누락해 보고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경찰 조사를 통해 메타폴리스 상가건물의 방재시스템이 지난 2010년 9월 개장 이후 불이 났던 당일까지 6년 5개월여 동안 대부분이 꺼져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방재시스템 전산을 분석한 경찰은 상가건물에 불이 날 때 자동으로 사이렌을 울리는 지구경종은 단 9일만 켜있던 것을 확인했고 방화셔터, 급배기팬 등의 소방시설 작동 기간도 1년 이하였던 것으로 파악했다.
 

최초 “철거 작업으로 화재경보가 오작동할 것을 우려해 방재시스템을 정지시켰다”고 진술한 방재업체 소속 박 모(51·사전구속영장 신청)씨는 경찰의 추궁에 “허위 진술했다”고 번복했다.
 

경찰은 그러나 개장 초기부터 방재시스템이 꺼져있던 탓에 누구의 지시로 방재시스템을 껐는지에 대해서는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무자격 업체에 공사를 맡긴 관리업체부터 공사업체와 방재업체, 소방점검 업체의 안전불감증은 조그마한 화재에도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채운 유독가스를 막지 못해 사상자 52명 발생이라는 참극을 빚어냈다.
 

불은 용단 작업에서 발생한 불꽃이 주변으로 튀면서 바로 근처에 있던 스티로폼, 보온재, 목재 등 각종 가연물에 옮겨 붙어지면서 발생했고, 5분 만에 층 전체를 검은 연기로 가득 채웠다.
 

이 사고로 이씨 등 2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30여m 떨어진 두피관리실에 있던 고객 강 모(50)씨와 직원 강 모(27·여)씨가 사망했다. 건물 내에 있던 직원과 이용객들도 유독가스를 마셔 모두 48명이 부상했다.
 

사건 발생 뒤 경찰은 2차례에 걸쳐 합동감식을 벌여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관련 업체 11곳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 70여 명을 조사하는 등 책임자 규명을 위한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용단 작업 시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소방시설 오작동을 우려해 수신기를 정지 상태로 유지하는 등 부적절한 소방시설 운영과 안전불감증이 사고 원인으로 확인됐다”며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방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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