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첫 주 개봉 예정 영화 및 최근 상영작에 대한 간단평을 300자 분량으로 정리했다.

◆조진웅은 매력적이지만…경관의 피(1월5일 개봉)
비리 경찰, 잠입 수사, 신념이 다른 두 파트너, 사이코패스 재벌 2세 같은 키워드는 형사영화의 클리셰다. ‘경관의 피’는 이런 전형적 설정을 다 갖다 붙여 만든 작품이다. 그게 불만이라는 게 아니다. 어차피 형사영화의 성패는 수없이 많은 레퍼런스를 어떻게 조합하느냐, 또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지 않나. ‘경관의 피’는 뻔한 이야기의 빈 곳을 배우의 매력으로 채운다. 배우 조진웅의 존재감이 꽤나 압도적이고, 그가 연기하는 ‘박강윤’이라는 캐릭터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다만 좋은 캐릭터 하나만으로는 영화 한 편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자꾸만 ‘투캅스’나 ‘트레이닝 데이’ 같은 영화가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도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네…고요의 바다(넷플릭스 공개)
‘고요의 바다’가 내세우는 ‘한국형 SF시리즈’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고요의 바다’를 SF물로 분류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이 작품이 이전에 한국 영화·드라마 시장에서 시도하지 않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이를 매우 독특한 소재로 풀어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형’이라는 말은 그 의미가 불분명한데다가 과학적 오류가 과하게 많아 SF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다. 단편영화를 8부작으로 무리하게 늘리다보니 전개 속도가 지지부진하기도 하다(이건 전개 속도가 느린 것과는 아예 다른 얘기다). 도전은 그것 자체로 칭찬받을 일이지,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를 높여줄 수 없다. 이제 ‘한국 OO 치고는 잘했다’는 말은 촌스럽게 느껴진다.

◆낡아버린 로맨스…해피 뉴 이어(극장 상영 및 티빙 공개)
이 영화를 연출한 곽재용 감독은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등을 만들었다. 30~40대 관객이라면 이 작품들을 여전히 기억할 것이다. 곽 감독의 새 영화 ‘해피 뉴 이어’는 한지민·이동욱·강하늘·원진아·윤아·서강준·이광수·이진욱 등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 같은 작품인데, 20년 전에 보여준 곽 감독 특유의 감성이 짙게 담겨있다. 더 없이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나와 이보다 더 예쁠 수 없는 사랑을 한달까. 분명 좋아할 만한 관객도 있겠지만, 대체로 진부하고 낡아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히어로물이 아닌 가족드라마…호크아이(디즈니+ 공개)
디즈니+가 새롭게 선보인 ‘호크아이’는 분명 마블의 슈퍼히어로 시리즈이지만, 이 드라마의 정체성은 오히려 가족극에 가깝다. 호크아이는 ‘어벤져스’(2012)에서 처음 등장할 때부터 유일하게 가족이 있는 캐릭터였다. 가족을 위해 어벤져스에서 은퇴하기도 했고, 타노스 사태 당시 가족을 모두 잃고 피도 눈물도 없는 암살자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는 ‘호크아이’에서도 여전히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 다만 그에겐 달래지지 않는 쓸쓸함이 있는데, 가족이나 다름 없었던 친구이자 동료 블랙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의 부재가 그것이다. 그런 호크아이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호크아이’는 바로 그 이야기를 그린다.

◆철 지난 유행가…매트릭스:리저렉션(극장 상영 중)
‘메트릭스’가 나온 건 1999년, ‘매트릭스’ 3부작의 마지막 영화가 나온 게 2003년이었다. 바로 그 ‘매트릭스’의 네 번째 영화가 근 20년만에 관객을 다시 찾았다. 매트릭스라는 말에 뒤에 붙은 ‘리저렉션’(resurrection)이라는 말처럼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부활한다. 그런데 이 영화, 어쩐지 철지난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만 같다. 왜 다시 ‘매트릭스’여야만 하는가.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이 질문에 도통 답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1~3편을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이해하기조차 힘들다. 워쇼스키 감독은 매트릭스라는 매트릭스에 빠져 있는 건 아닌가.

◆침묵의 걸작…드라이브 마이 카(극장 상영 중)
하마구치 류스케는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일본 감독이다. 그는 올해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현재 일본 영화계 최전선에 있는 예술가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번에 개봉하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챙겨봐야 한다. 이 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기만 하다. 하지만 러닝 타임 3시간을 다 견디고 나면 눈으로 보지 못한 화염을 분명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하마구치는 오래 전 딸을 잃고 이젠 아내마저 떠나보낸 한 남자의 침묵 속에서 그 길을 들여다본다.

◆캡틴의 의지를 이어받은 사람들…팔콘과 윈터솔져(디즈니+ 공개)
팔콘과 윈터솔져도 엄연한 슈퍼 히어로이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캡틴아메리카의 사이드킥(sidekick) 정도의 캐릭터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끝으로 캡틴이 퇴장했으니 이제 이들도 캡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 이야기가 바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팔콘과 윈터솔져’에 담겼다. 팔콘은 캡틴의 뜻에 따라 2대 캡틴아메리카가 될 수 있을까. 윈터솔져는 캡틴이 그토록 그에게 바랐던 것처럼 암살자로서 삶을 완전히 청산할 수 있을까. 비행 슈트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팔콘의 액션 시퀀스는 앞으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서 보여줄 팔콘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우리가 알던 킹스맨은 없다…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극장 상영 중)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는 2015년에 나온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와 그로부터 2년 뒤에 나온 ‘킹스맨:골든서클’의 후속작이다. 비밀첩보조직 킹스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기원을 이야기한다. B급 감성과 인정사정 없는 액션으로 잘 알려진 시리즈이지만 새 영화에서 그런 걸 기대하면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더 진중하고 묵직한 게 전작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 이 영화는 ‘킹스맨’ 시리즈의 프리퀄이라기보다는 스핀오프(spin-off)에 가깝다. 세계관을 확장하고 시리즈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포석이겠지만, 이 영화에 열광하게 했던 특유의 매력을 일부 포기했다는 점에서 실망할 관객도 있을 것이다.

◆스파이더맨 올스타전…스파이더맨:노 웨이 홈(극장 상영 중)
마블은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대다수 관객에게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멀티버스 얘기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이왕 이렇게 판이 깔렸으니 역대 스파이더맨이 한 영화에서 힘을 합쳐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마블은 이 대형 이벤트를 놓치지 않는다. 토비 매과이어의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 그리고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다같이 날뛰는 액션 시퀀스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아무리 얌전한 관객이라도 이들이 한 데 뭉치는 장면에선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짜릿하다. 그렇게 많은 관객이 스피어더맨 시리즈와 함께한 20년을 추억하게 될 것이다.
최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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