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내년도 건강보험료율(건보료율) 인상폭을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7년 만에 건보료가 동결될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동결할 경우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일부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복지부) 관계자는 17일 “현재 건보료율 확정 시기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최대한 논의를 서두를 것”이라며 “건보료율 동결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는 만큼 배제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달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건보료율 인상폭을 확정하기 위해 위원 간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31일 열린 건정심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의견차가 커 안건에서 빠졌다. 건정심 위원은 사용자측과 근로자측, 정부 측 공익위원, 의약계 등 25명으로 이뤄지는데, 지난달 건정심 소위에서는 동결 또는 1% 이내의 인상안 등으로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 측에서 이례적으로 건보료율 동결안을 제시했으며 가입자 대표도 동결 의견을 냈다. 다만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 이내 인상안을, 의약계에서는 1% 이내 인상안과 2%에 육박하는 인상안, 동결안으로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동결안이 제시된 배경은 지난해 12월 기준 약 23조87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있고 올해도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국민 부담과 건보 재정여건, 사회보험 부담률 등을 고려해 내년도 건보료율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보료는 지난 2017년 한 차례 동결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매해 증가했다. 내년에 건보료가 오르지 않으면 7년 만의 동결인 셈이다. 최근 10년간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1.90%, 최근 5년간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2.7%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동결됐다가 2018년 2.04%로 올랐고 2019년 3.49%→2020년 3.20%→2021년 2.89%→2022년 1.89%→2023년 1.49% 올랐다. 올해 직장가입자의 건보료율은 7.09%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동결에 대해 부정적이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약 1% 의 건보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이사장은 “만에 하나 동결할 경우 적자가 뻔하다”면서 “그 전에 한 번 동결한 적이 있지만 그 다음해에 당장 2%대로 올렸다. 대체 무엇을 위해 동결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약 12조원의 국고 지원으로 겨우 (건보재정의) 수지가 맞는 상황이고 적립금 23조원이 있지만 이는 두 달치 지급분 밖에 되지 않는다 된다”며 “한 1% 인상은 돼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향후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의료이용이 증가하고 필수의료 확충 등 수가 인상 등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의 건보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내년도 건보료율을 동결하면 5년 후 적립금이 고갈되나 보험료율 1% 인상시 그 해 수익금으로 7377억원이 발생한다는 계산을 내놓기도 했다.
건보공단은 대신 건보 재정 지출에 대해서는 ▲특수사법경찰 제도 도입 ▲과잉 진료 방지를 위한 표준 진료지침 마련 ▲외국인 피부양자 의료관광 방지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도 연내에 건보 재정 구조개혁 등을 담은 종합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다. 국회에서는 외국인 피부양자의 의료 목적 입국을 막기 위해 6개월 간 필수로 체류해야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7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험료와 국고로 구성된 재원의 다양화, 지출 측면에서 행위별 수가제 보완, 전달체계 개선, 크게 증가하는 비급여 지출에 대한 적정한 관리방안, 정보 제공을 통한 역선택 방지, 건보재정의 투명한 운영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원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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