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계상(44)은 영화 ‘범죄도시’(2017) 빌런 ‘장첸’을 지울 생각은 없다. ENA 수목극 ‘유괴의 날’도 제목만 보고 비슷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었지만, 스릴러물에 코믹 요소를 버무렸다. 어설픈 유괴범 ‘김명준’으로 분해 허당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장첸이 웃긴 역 하네’라고 하더라. 그런 반응도 재미있다”고 했다. 늘 그룹 ‘god’ 윤계상으로 불렸고, 작품을 할 때마다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캐릭터에 갇힌다고 생각하기 보다”어떤 부분은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내 이름이 없어졌다. 그냥 장첸이다. 개명할까 보다(웃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는 게 감사하다. 배우로서 믿음을 얻기 전에는 god 윤계상이었다. 너무 간절하면 내가 뭘 가졌는지 잊게 되지 않느냐. 젊었을 땐 배우로서 인정 받고 싶은 욕심이 컸다. 멀어지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고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내 존재를 거부하면 안 되구나’라고 느꼈다. 적당히 배분할 수 있는 사고가 생겼고, 지금은 다 소중하다. 훨씬 편안해졌다”
이 드라마는 명준과 열한 살 천재 소녀 ‘최로희’(유나)의 공조를 그리고 있다. 1회 시청률 1.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7회 4.0%까지 오른 상태다. “처음에 시청률이 저조해 초조했다. 제목에 ‘유괴’가 들어가서 조금 그랬다고 하는데, 한 번 보면 거부감이 사라지는 것 같다”면서 “사실 이 드라마를 준비하며 절실했다. 박유영 감독님도 오랫동안 조감독을 했고 이번이 데뷔작이다. 직접 원작 소설을 사서 드라마로 기획·개발해 현장에서도 정말 열심히 했다. 이야기 힘이 통해 시청률이 오르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윤계상은 유독 아이들과 케미스트리가 좋다. 데뷔 초 MBC TV 예능물 ‘목표달성! 토요일-god의 육아일기’에서 11개월 재민이를 돌봤다. god가 전 연령대 사랑을 받으며 국민 그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엔 유나(12)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아이들과 잘 맞나 보다”며 “재민이는 어려서 말이 안 통했는데, 유나는 로이와 비슷한 지점이 많다. 굉장히 똑똑하고 성숙하다. 유나와 호흡할 땐 매번 좋았다. 애드리브를 많이 했는데도 다 받아 치더라. 놀 듯이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로이와 연기할 때는 완전히 열어뒀다. 후반부에 로이의 모든 게 밝혀지고 감정선이 폭발한다. 지금까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연기를 하다 보면 자신만의 데이터가 쌓이고, 어떻게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지 선택하지 않느냐. 로이는 자신이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순수한 열정이 폭발하더라.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라며 멍하고 바라봤다. 세상의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연기만 바라보는 찰나의 순간이 보여서 진짜 같았다. 생각조차 하지 못한 연기가 나오더라.”
명준은 백혈병에 걸린 딸 ‘희애’(최은우)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로이를 유괴했다. 아직 2세가 없어서 부성애 연기를 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을까. 윤계상은 2021년 8월 화장품 브랜드 논픽션 차혜영(39) 대표와 혼인신고했고, 1년 여 만인 지난해 6월 결혼식을 올렸다. “연기할 때 진짜 열심히 하고, 감정에 충실 하려고 노력한다”며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10년이 넘었는데, 얼마 전 강아지가 죽을 뻔 했다. 나이가 들어서 우리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키웠는지도 조금 알게 됐다. 그런 경험을 깔려 있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드라마는 가족의 소중함을 얘기하는데 “명준과 로이가 말도 안 되는 사건으로 만나서 기적 같은 일이 생긴다. 극중 난 유괴를 한 가해자이지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믿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예로 들면, 난 어렸을 때 내성적이고 부모님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할아버지와 스무 살 때까지 같이 방을 썼다. god 활동으로 인해 할아버지의 소중함을 몰랐는데, 갑자기 뇌졸중으로 돌아가셔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슬펐다. 그 순간 부모님도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먼저 다가갔다. 지금은 사이가 정말 좋다. 그 경험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바뀔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god는 지난달 추석 연휴 KBS와 함께 25주년 콘서트를 선보였다. 윤계상은 1999년 god로 데뷔, 5년 여 만인 2004년 탈퇴하고 연기 활동에 전념했다. 2014년 god 15주년 프로젝트로 재결합했고, 올해 연말 콘서트도 함께 할 예정이다. “지금도 무대에 올라가면 틀릴까 봐 불안하다.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이전에는 ‘설렁설렁 춤 춘다’고 욕을 많이 먹었다. 요즘은 준형 형도 있고, 나이대에 맞게 중간에 안무를 빼고 있다. 그래도 호영이와 데니는 현역 때랑 비슷하다”고 귀띔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영상편지를 남겼는데 “깜짝 놀랐다”며 “요즘 소통을 안 한다.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웃었다. “(박)진영이 형도 영상 편지를 남기지 않았느냐. 최고의 팀이었다. 진영이 형은 거의 골수를 다 빼서 god 노래를 만든 게 아닐까. 덕분에 지금까지 콘서트를 하고 있다. (모든 노래가) 주옥 같다”며 고마워했다.
어느덧 연기를 한 지도 20년 차가 됐다.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다”며 “연기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끝까지 하고 싶다”고 바랐다. “지금도 한계를 느끼고 ‘그만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딱히 좋아하는 게 없다”며 “집에 있으면 말 한 마디를 안 한다. 말도 잘 못하는 편인데, 내 작품 관련해서는 끝없이 얘기하고 싶다. 그런 욕구가 올라오는 걸 보면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요즘도 아내에게 ‘관두고 싶다’고 하면 ‘어, 그래라’라고 한다. 근데 며칠 뒤 바뀌어 있다”고 했다.
“매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힘들기도 하다. 스코어만 봤던 기억이 있다. 내 연기도 중요한데, 얼만큼 호응이 있어야 성공했다고 믿었다. 잘못된 지점이었고,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성공해도 다음이 있으니 매번 고통스럽다. 지금도 완벽히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시청률에 계속 치이니까. 그래도 사랑 받으려고, 인정 받고 싶어서 배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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