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현
주광현

내 인생에서 70대의 10년이 이제 반년 남짓 남았다. 어느 세월인들 다시 돌아오는 세월이 있으랴마는 다시 오지 않을 70대의 10년에 유독 아쉬움을 느끼고 잇다.
아, 70대의 황혼기여, 그대여, 가물가물 작별의 고개를 끄덕일 때가 오고 있구나.
인생 60대를 건너 70대의 첫해인 고희를 맞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의 세월이 물처럼 바람처럼 지나가나 보다. 그동안 무얼 했을까?
예로부터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그렇게 두툼한 10년의 세워을 깔고 덮고 보듬고 하면서 무얼 어떻게 하고 지냈느지 그 세월을 더듬어 본다.
2015년이었다. 내 나이 71세이던 70대의 초입이었다. 초여름이 지나가고 한여름이 시작될 무렵인 6월 30일 월요일이었다. 이날 저녁부터 나의 첫 강의가 있었다. 교단을 떠난 지 어언 7년의 세월이 지난 뒤였다.
광주에서 자영업자들을 수강생으로 하여 국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명칭은 ‘국문학’ 강의었지만 거창하게 국문학 강의라기보다는 ‘실용문 쓰기’ 정도의 글쓰기 교육이었다. 주로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부호 등의 문법 지식과 제목 뽑기, 문맥에 맞도록 글쓰기 등이 주요 강의 내용이었다.
수강생들을 각기 자기 일터에서 생산한 상품을 인터넷에 올려 판매를 목적으로 광고를 내는 데 있어 몇 줄의 글이라도 바르게 효과적으로 쓰려고 수강 신청을 하여 여기에 모인 것이다. 한 주에 한 번씩 매주 월요일 날 저녁에 강의를 하였다. 강의 시간은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두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 피곤이 엄습하려는 시간대이다. 일찍 저녁 식사를 한 사람이면 하루 일과로 피곤함에 더하여 식곤증까지 겹칠 시간이고, 미처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한 수강생들은 역시 하루의 피로에 더하여 시장기까지 겹쳐 느낄 수 있는 시간대이다. 거기에 더하여 계절적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의 초입이다.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채 10여 분도 안 됐을 무렵부터 졸음이 오는 것은 생리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오는 졸음을 쫓고 강의에 집중하려해도 오는 졸음을 어쩔 수 없이 받아 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석하지 않고 주경야독을 하여 3개월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9월 21일 1차 수료식을 갖는 날이 왔다.
눈물이 나도록 악조건을 극복하고 학습에 열중하여 정해진 코스를 완주한 것이다. 결승선의 테이프를 끊은 실로 형설지공의 값진 열매가 아니랴 싶다.
수료식 하는 날 강의를 한 필자로서 수강생들의 입장이 되어 아래와 같은 축시를 써서 수강생들에게 나눠 주고 낭독을 했다.
시작이 절반이라 했던가?
    
오늘은 일 단계 마치고
한 고개 꺾는
자축의 날
    
지난 여름이었지
무척이나 후텁지근하던 그날 저녁
우린
배움의 숲에 들어섰다.
    
우리 말이 이다지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다.
우리글이 이렇게 재밌는 줄도 
진짜로 몰랐다.
    
그 동안 주경야독으로 
소나기 같은 
열정을 쏟아 부었다.
    
눈커풀이 천근만근 무거워
조속조속 졸음이 와도
어금니 앙다물고 버텨내었다.
안개비 같은 그런 세월
    
억척으로 
한 계절을 불태우고
드디어 수료하는 날
소금꽃이 피었다.
    
-2015년 9월 21일 수료하는 날
    
시 낭독 중 모두가 숙연한 분위기에 젖어 눈물이 맺혔다. 지나간 석 달이 파노라마로 밀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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