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지난 2008년 중학교 3학년 때 데뷔했다. 긴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잔잔한 곡 ‘미아’를 불렀다. 댄스 곡 위주의 아이돌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코린 베일리 래, 레이철 야마가타, 노라 존스처럼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던 그녀는 기타를 둘러메고 나왔다. 수준급 기타 연주로 음악 마니아와 유명 뮤지션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부’, ‘마시멜로’ 등 소녀 나이대와 어울리는 발랄한 노래로 스타덤에 오른다. 올해 한국나이로 스물넷이 된 가수 아이유다. 
 

어느덧 숙녀로 성장한 아이유가 4일 오후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스물네 걸음 : 하나 둘 셋 넷’에서 청춘의 열병을 치유했다. 
 

이날 공연은 지난 2015년 발매한 자신의 첫 프로듀싱 앨범 ‘챗셔’의 연장선상이었다. 아이유의 히트곡을 양산한 작곡가 이민수, 작사가 김이나 콤비와 헤어진 뒤 홀로서기를 시도한 앨범이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모티브로 삼은 수록곡 ‘제제’가 5세 소년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시비에 휩싸이기도 한 이 앨범으로 아이유는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그녀를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이유 역시 이날 ‘챗셔’에 대해 “저라는 사람이 많이 들어간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첫 프로듀싱 앨범이라 허점이 많고 아쉬움이 남는다”며 “과대포장없이 저를 보여드리기에는 충분했던 앨범”이라는 것이다. 단연코 “아픈 손가락”이지만 자신이 좋아한 앨범이라 꼼꼼하게 들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낯가림이 심해 자신을 드러내기 힘들었던 연습생 시절부터 지난 8년을 돌아본 아이유는 “요즘 많이 밝아졌고 튼튼해졌어요. 지금 제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라고 웃었다. “내년 스물 다섯 걸음 째는 더 잘 걸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날은 그녀의 데뷔 3000일이었다. 
 

올해 앨범 활동이 없었음에도 지난 3일 공연까지 총 7000명을 끌어모은 콘서트로 아이유가 쓴 성장기록을 주요 5곡을 통해 톺아봤다. 발랄한 봄, 눈부신 여름, 무르 익은 가을, 혹독한 겨울을 거쳐 다시 찬란한 봄을 맞은 아이유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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