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제가 던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만들 수밖에 없었던 거죠.”(리들리 스콧)
 

지난 1979년 공개돼 관객을 충격에 빠뜨리며, ‘SF 혁명’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낸 걸작 ‘에이리언’을 만든 리들리 스콧(80)은 작품 내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그가 창조한 새로운 세계에 관한 궁금증 때문에 끊임없이 후속작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스콧 감독은 시리즈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는 제임스 캐머런(에이리언2·1986)·데이비드 핀처(에이리언3·1992) 등 유명 감독들마저 원작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시리즈 붕괴에 일조하는 걸 지켜만 봤다.
 

1편에서 34년이 지난 2012년이 돼서야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시리즈에 복귀했고 자신이 만든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으니 그 작품이 바로 ‘에이리언’이라는 단어를 뺀 ‘에이리언’ 영화 ‘프로메테우스’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를 향한 평가는 박하기만 했다. 완성도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에이리언’ 세계를 설명해주는 작품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궁금증만 더 키운 작품이어서다. 시쳇말로 ‘프로메테우스’는 ‘떡밥’을 회수할 줄 알았는데 더 큰 ‘떡밥’만 던져놓고 마무리 됐다.
 

‘프로메테우스’에서 5년이 지나 스콧 감독은 ‘프리퀄(본편 이전의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에이리언:커버넌트’(5월9일 개봉)를 내놨다. 그는 4일 열린 언론 시사회 후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작품을 통해 분산됐던 것들을 연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편에 등장한 우주선은 무엇인가, 그 속에 타고 있던 이들은 누구인가, 그 안에서 발견된 알은 무엇인가, 에이리언은 무엇인가, 이들은 왜 진화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관해 후속작들이 전혀 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를 통해 답을 했다”고 말했다.
 

‘에이리언’은 2122년에 벌어진 일을 그리며, ‘프로메테우스’는 2093년에 발생한 사건을 다룬다. ‘에이리언:커버넌트’는 두 작품 사이 2104년에 일어난 사고를 담았다. 신작은 전작들과 유사한 구조로 진행된다. 이번 작품 역시 탐사 우주선과 그곳에 탄 승무원들이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그곳에 착륙해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맞닥뜨리는 이야기다. 
 

이 시리즈의 오래된 팬이라면 전작들과의 연결 고리를 통해 이전 작품들에서 풀리지 않은 ‘에이리언’ 세계에 관한 의문들이 일부분 풀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에이리언’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 또한, SF와 스릴러·호러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최고 등급의 장르영화를 맛보는 재미에 어렵지 않게 스콧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또 인류의 창조주, 그들이 인간과 함께 만들어낸 것으로 추측되는 에일리언, 또 인간이 창조한 A.I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던지는 갖가지 질문들 또한, 흥미롭다.
 

스콧 감독은 “SF영화를 하면서 알게된 건 어떤 이야기든 시도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일정 부분 현실과 반영하면 영화가 될 수 있다. ‘에이리언’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에이리언’ 첫 번째 편이 던진 질문에 답하기 시작하니까, 이 영화가 그리는 우주에 발전가능성이 보였다. 그게 영화가 됐다. 앞으로 이 시리즈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더 흥미롭게 하는 건 배우들이다. 지난 1979년의 시거니 위버, 2012년의 누미 라파스에 이어 이 세계를 대표하는 ‘여전사’를 연기한 캐서린 워터스턴과 이 혼란스러운 세계를 대표하는 존재인 A.I를 맡은 마이클 패스밴더가 그들이다. 특히 패스밴더는 상반된 성격의 A.I ‘데이비드’과 ‘월터’를 모두 맡아 열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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