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기자 /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의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재일동포 극작가 겸 연출가인 정의신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재공연한다. 

오는 6월3일부터 10일까지 장충동 해오름극장에서 다시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 2015년 3월 초연 당시 개막 전 전석 매진, 객석점유율 100%를 
넘긴 작품이다. 동시에 추가 공연 오픈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 화제작이다. 


국립창극단은 초연 이후 재공연 문의가 끊이지 않았던 이 작품을 지난 2016-2017 시즌 단체의 마지막 작품으로 선택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정 연출이 처음으로 도전한 창극이라 눈길을 끈다. 그는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나에게 불의 전
차를’ 등 다수의 히트작을 통해 양국에서 작품성과 흥행 모두 보증하는 스타 연출가다. 


서사극의 창시자로 불리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원작으로 삼았다. 절망의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배꼽
을 쥐면서도 눈시울을 촉촉하게 하는 ‘휴머니즘’이 돋보인다. 희극과 비극에 두루 능한 국립창극단 배우들과 만나 연출가의 장점이 극대화됐
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대표작 ‘야끼니꾸 드래곤’의 영화 제작으로 바쁜 일정에도 현재 ‘코카서스의 백묵원’ 연습에 매진할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한 아이를 놓고 벌어지는 두 여인의 양육권 다툼을 다룬다. ‘백묵의 원’ ‘하얀 동그라미’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국내 연
극 무대에 종종 올랐지만 창극으로는 국립창극단이 최초로 선보였다. 


정 연출은 아이를 버린 생모와 그 아이를 거둬 정성껏 키운 양모의 다툼을 배우들의 가슴 절절한 소리 대결로 그린다. 진정한 모성애란 무엇인
지 질문을 던진다. 


원작의 등장인물들은 새롭게 해석됐고 그에 따라 캐스팅 역시 파격적이었다. 창극의 도창 역을 겸하는 재판관 ‘아츠닥’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등 극을 이끌어가는데 중추적인 역이다. 본래 남자캐릭터인데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여배우 유수정·서정금이 능
글맞게 연기해낸다. 


하녀 그루셰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순수하고 씩씩한 여성이자 경비병 시몬과의 관계에서도 적극적인 캐릭터로 그려냈다. 초연 당시 인턴단원임에도 파격적으로 주역에 발탁된 그루셰 역 조유아와 시몬 역 최용석은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거치며 국립창극단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작창·작곡을 맡은 작곡가 김성국은 서양 현악기, 전통 타악기, 전자악기 등 다양한 악기 편성을 선보인다. 전통 판소리에는 없는 이중창과 합창 등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선보인다. 


관객의 몰입 극대화를 위해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가설객석을 세웠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의 세련된 미장센이 눈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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